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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원 WTF 총재 인터뷰 “태권도, UFC만큼 재미있게 달라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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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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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개국이 리우 올림픽 태권도 경기에 출전한다. 조정원 총재는 “206개 가맹국이 모두 올림픽 무대를 밟도록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사진 김춘식 기자]

오는 8월19일 브라질 리우의 카리오카 아레나. 태권도 남자 68㎏급 결승전을 앞두고 세계랭킹 1위 이대훈(24·한국가스공사)이 등장하자 제이슨 므라즈의 히트곡 ‘아임 유어스(I’m yours)’의 달달한 멜로디가 장내에 울려퍼진다. ‘열심히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아 선수가 자신의 테마곡으로 직접 고른 노래다.

리우 올림픽 첫 목표는 박진감 회복
공격적 운영 위해 8각 경기장 도입
국기 활용한 컬러 도복도 허용

태극기의 태극과 팔괘 문양을 차용해 디자인한 도복 바지를 입고 매트에 오른 이대훈은 반대편에 선 상대 선수를 뚫어지게 응시한다. 정팔각형 모양의 경기장에 숨을 곳은 없다. 오직 공격만이 살 길이다. 이대훈이 전광석화 같은 돌개차기(몸통을 회전하며 발로 차는 기술)로 상대 헤드기어의 센서를 정확히 타격하자 전광판에 4점을 뜻하는 숫자 ‘4’가 새겨진다.

8월 리우 올림픽 태권도 경기장에선 이같은 장면이 펼쳐진다. 전자호구와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도입했던 4년 전 런던 대회 못지 않게 새로운 변화가 눈에 띈다. 종합격투기 이벤트 UFC를 떠올리게 하는 흥미요소를 가미하면서도 상업성은 철저히 배제했다.

조정원(69)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세계 태권도인들을 만나기 위해 1년 중 절반 가까이 해외에서 보낸다. 리우 올림픽에선 태권도의 재미를 끌어올리기 위해 8각형 경기장을 도입하는 등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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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인들은 조 총재를 ‘아이언맨(ironman·철인)’이라 부른다. 칠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연간 20~25회에 달하는 해외출장 일정을 거뜬히 소화한다. 더 많은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태권도 부흥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조 총재는 “지난해 출장 비행시간을 모두 더해보니 400시간이 넘더라”면서 “한국에서 출발한 뒤 중동과 유럽·미국을 거쳐 다시 아시아로 옮겨다니며 지구를 세 바퀴 연속으로 돈 적도 있다”고 했다.

4년 전 런던올림픽에 전자호구 시스템을 도입한 건 “올림픽 퇴출 종목으로 내몰린 태권도를 살릴 길은 판정 시비를 없애는 것 뿐”이라는 태권도인들의 조언을 받아들인 결과였다. 조 총재는 “마샬 아트(marshall arts·태권도를 포함해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무도를 통칭하는 표현)의 순수성을 해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다른 길이 없다고 여겨 (전자호구를)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고 설명했다.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WTF는 태권도 고유의 박진감 회복을 목표로 내걸었다. 강한 발차기와 주먹 공격만 점수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전자호구의 감도를 조정했고, 헤드기어에도 센서를 부착했다. 아울러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유도하기 위해 4각형이던 경기장 형태를 8각형으로 바꿨다.

선수 입장시 테마곡을 연주해 관중 몰입도를 높이는 한편 하의에 한해 자국 국기 디자인을 반영한 컬러 도복을 입는 것도 허용했다. 조 총재는 “태권도는 입장권 가격 기준으로 리우올림픽 전체 종목 중 10위 안에 드는 인기 스포츠”라면서 “리우 올림픽에서 ‘태권도가 UFC만큼 재미있다’는 평가를 이끌어 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태권도는 앞으로 사회 공헌에도 앞장설 계획이다. 지난 4월 WTF 주도로 설립한 태권도 박애재단이 중심에 선다. 조 총재는 “난민 돕기 등 다양한 선행 프로그램을 통해 태권도의 국제사회 기여도를 높일 것”이라면서 “북한이 주도하는 ITF(국제태권도연맹)와의 교류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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