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일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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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 사랑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몇 가지 통계숫자가 있다.
지난해 우리 나라는 미국에 1백4억 달러 어치의 물건을 팔았다. 무역수지로는 36억 달러의 흑자. 그러나 지난 5년 동안을 통산하면 9억 달러의 적자였다.
같은 해 (84년) 일본이 미국에 수출한 액수는 6백4억 달러. 수지상으로는 3백70억 달러의 흑자. 미국 무역적자의 3분의1 비중이다. 올해는 그 규모가 5백억 달러까지 불어날 것이라고 한다.
일본의 GNP (국민총생산)는 84년의 경우 1조2천억 달러. 우리 나라는 8백17억 달러. 일본이 우리의 15배다.
자랑할 일은 못되지만 우리 나라의 외채는 4백30억달러 (84년 말). 일본의 대외부채는 2천6백68억 달러.
그러나 일본은 지금 세계 최대 채권국이 되어 있다. 대외 총 자산 3천4백12억 달러에서 대외 총 부채를 제하고 나면 순 대외자산 규모는 7백44억 달러나 된다. 올해는 그 규모가 l천억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추산도 있다.
최근 서울에서 열렸던 IMF총회의 투표권은 나라마다의 경제력을 재볼 수 있는 척도다. 국내총생산(GDP), 외화준비자산, 국민소득에 대한 수출 비율, 평균 수입규모 등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바로 그 IMF에서 일본의 투표권은 4.53% (4만2천4백83표), 우리 나라는 0.52% (4천8백78표) .일본은 우리의 8배다.
일본의 첨단기술도를 나타내는 척도의 하나는 기술수인 규모다. 84년에 일본은 미국 등 선진국으로부터 23억 달러 어치의 기술을 사들였다. 우리 나라의 기술 수입은 2억 달러 수준.
일본의 분야별 기술도입건수를 보아도 82년의 경우 전기부문에서만 무려 41%나 늘어났다. 이런 증가세는 80년 이후 줄곧 계속되어 왔다. 그만큼 첨단기술 축적이 많다는 얘기다. 이 얘기를 뒤집어 보면 미국시장을 위협할 저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수출 경쟁력의 열쇠가 되는 산업설비연령에서 우리 나라 수출산업은 7%가 5년 이상이었다. 8년 이상 되는 산업체도 27%나 되었다. 일본의 산업체는「평균」설비연령이 5년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실들을 보고도 미국은 한국을 「제2의 일본」 이라고 할수 있는가. 요즘 뉴욕 타임즈지가 미국에 대한 한국의 그런 불만을 대변해준 것은 백 번 옳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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