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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색동 저고리 나풀~ 색다른 추억 넘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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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층 ‘코스튬 투어’ 바람

한복에서 추억의 옛 교복까지. 특별한 의상을 차려 입고 여행지를 누비는 문화가 유행이다. 서울 경복궁·북촌에서는 한복 입은 젊은 관광객을 흔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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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서울 경복궁 경회루 앞
꽃처럼 환한 한복을 입은 20대 초반 여성들이 한껏 뽐내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숙대 한국무용과 1학년 학생 14명이었다. 이들과 함께 나온 차수정(46) 교수는 “1학년 1학기 종강을 기념해 단체로 한복을 입고 경복궁에 왔다”며 “경복궁 한복 나들이가 종강파티”라고 소개했다.

# 지난달 17일 전남 순천 드라마촬영장
20대 초반 청년 네 명이 옛 교련복을 입고 낄낄대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경남 김해에서 왔다는 그들은 휴가를 나온 군인이었다. 추효상(21)씨는 “고등학교 친구들끼리 날짜를 맞춰 휴가를 나왔다”며 “여기에서 이렇게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게 유행이라고 해서 순천까지 왔다”고 말했다.

‘코스튬 투어(Costume Tour)’. 특별한 의상을 차려 입고 여행지를 누비는 문화가 열풍처럼 퍼지고 있는 현상에 딱 어울리는 용어일 듯 싶다. 물론 공식 용어는 아니다. 코스튬 투어는 국내 여행 문화에서 오랜만에 분 뜨거운 바람이다. 2009년 걷기여행 열풍이 연상될 만큼 이 바람은 세고 범위가 넓다.

코스튬 투어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경복궁, 전주 한옥마을 등 한복 투어의 명소는 물론이고 전남 순천의 드라마촬영장, 경남 합천의 영상테마파크, 광주의 양림동 근대골목 등 전국 구석구석에서 별난 의상을 차려입고 여행을 하는 젊은이들을 마주쳤다. 코스튬 투어는 한복 체험에서 옛날 교복과 교련복, 1930년대 풍 의상, 프랑스·중국·태국 등 외국의 전통 의상까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진화하고 있었다.

전주 한옥마을의 한복대여점 ‘춘향한복’의 이병만(64) 사장은 “게임을 해서 지는 사람이 벌칙으로 머슴 옷을 입거나 남자가 치마 저고리를 입기도 한다”며 “요즘 젊은이는 한복을 입고 사진만 찍는 것이 아니라 한복을 갖고 논다”고 말했다.

week&은 코스튬 투어의 유행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SK플래닛 M&C부문과 함께 지난 3월 1일부터 6월 9일까지 온라인 게시물을 분석했다. 우선 ‘한복’ 관련 게시물 숫자를 확인했다. 약 3개월 동안 한복 관련 게시물은 모두 59만8690건이 검색됐다. 2014년 같은 기간의 10만4907건보다 5.7배 증가했다.

다음으로 ‘한복’ 관련 게시물에서 ‘경복궁’의 출현 빈도를 분석했다. 2014년에는 933건이었으나 올해는 1만1916건이었다. 이어 ‘경복궁’의 연관 키워드를 조사했다. 2년 전에는 경찰이 1만1890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올해는 한복이 1만1858건으로 최다였다. 2년 전에는 경복궁 하면 경찰을 먼저 떠올렸지만 지금은 한복을 제일 먼저 연상한다는 뜻이다.

김미나 SK플래닛 플래너는 “SNS에 개성 있는 인증 사진을 올리는 놀이 문화가 여행 문화와 결합한 사례”라며 “스마트폰과 결합한 새로운 여행 문화는 이후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국의 코스튬 투어 명소를 모았다. 서울 4대 궁과 북촌은 너무 유명해 제외했는데도 의상을 차려입고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은 많았다. 요즘 청춘의 여행 방법, 아니 요즘 청춘의 노는 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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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손민호·백종현 기자 ploveson@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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