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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어우동·모던걸 놀이, 영화 속 주인공으로 변신 재미있는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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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코스튬 투어 명소 6곳

한복이나 옛날 교복을 입어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전국에 숱하다. 이 중에서 코스튬 투어(Costume Tour) 명소라고 할 수 있는 곳을 추렸다. 의상을 빌려 입고 최소 1시간 정도는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을 기준으로 삼았다. 장소마다 체험할 수 있는 의상이 다르니 취향대로 고르시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의외로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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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영상테마파크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의상 체험이 가능하다. 조선시대 병사 복장, 일본 교복, 도포, 북한 군인 복장, 70년대 남자 교복 등 여러 의상을 입어볼 수 있다.

합천영상테마파크

‘써니’ ‘암살’ ‘각시탈’ 주인공처럼

경남 합천영상테마파크는 1920∼80년대 서울의 길거리를 재현한 촬영장이다. 2004년 개장부터 지난해까지 영화 49편, 드라마 81편이 촬영됐다. 영화 ‘써니’ ‘암살’ ‘전우치’, 드라마 ‘각시탈’ ‘에덴의 동쪽’ 등이 대표작이다.

합천영상테마파크는 지난해 의상 체험을 시작했다. 7월 열린 축제 기간에 시범적으로 어린이용 드레스를 주로 빌려줬는데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그래서 올해는 옛날 교복과 교련복 위주로 교체했다. 의상체험실 정청명(47) 사장은 “콘셉트를 바꾸자마자 대박이 났다”며 “주말에는 하루 300∼350명이 의상을 빌려 입고 테마파크 곳곳을 누빈다”고 소개했다. 20∼30대 고객이 대부분인데 입장하자마자 의상체험실로 달려와 옷을 빌려 간단다.

현재 준비된 의상은 모두 300벌로 옛날 교복 외에도 기모노·치파오 등 외국 의상, 어린이용 드레스 등 다양한 콘셉트의 의복이 있다. 옛날 옷을 편하게 고친 것도 있다. 교련복이 대표적이다. ‘교련복 세대’는 알겠지만 교련복은 계절에 상관없이 긴 팔과 긴 바지였다. 반 팔과 반 바지로 여름용 교련복을 제작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의상체험실은 테마파크 중앙에 있는 종로골목에 있다. 의상 대여는 금·토·일에만 가능하다. 대여비 1시간 2000원(교복·교련복), 5000원(외국 의상).

전주 한옥마을

10~20대 여성 몰리는 한복 투어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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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 풍남동의 한옥마을은 한복 투어 열풍의 원조다. 주말이면 ‘평상복 반 한복 반’이라고 할 정도로 한복을 입은 관광객이 많다. 한옥마을에는 현재 50곳이 넘는 대여점이 들어서 있다. 대여점 대부분이 한복 200벌 이상을 갖췄다. 몇몇 한복집은 하루에 한복 200벌 이상을 빌려줄 정도로 호황이다. 손님 대부분이 유행에 민감한 10~20대 여성이다. 경기도 분당에서 온 대학생 김정연(23)씨는 “또래 여자 애들이 많아서 한옥마을에서는 더 예쁘고 화려하게 꾸며야 한다”고 한옥마을에서 노는 법을 일러줬다.

한옥마을에서 제대로 놀려면 주머니가 든든해야 한다. ‘1시간에 5000원’을 내건 한복집이 더러 있지만, 속치마도 입고 댕기·꽃신·손가방 등으로 꾸미려면 2000원~1만원씩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어우동·머슴·왕·사또·각설이를 테마로 한 의상을 갖춘 가게도 많다. 인기가 높은 ‘어우동 한복’과 ‘드레스풍 한복’은 2시간에 2만~5만원이다. 손님이 한복을 고르면 어울리는 스타일의 장신구를 골라주고 머리도 땋아 준다.

경기전과 오목대는 한복 투어객이 성지순례하듯 인증 사진을 찍는 명당이다. 경기전은 매월 마지막 토요일 한복 입은 손님에게 입장료(3000원)를 50% 할인해준다. 한복 입은 손님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카페·식당·숙박시설도 늘고 있다.

광주 양림동 근대골목

모던보이·모던걸로 변신

광주 양림동은 근대역사문화마을이다. 양림교회(1904년)·오웬기념각(1914년) 등 20세기 초 세운 서양식 건물이 골목 곳곳에 남아 있다. 이장우 가옥(1899년), 최승효 가옥(1920년) 등 오래된 한옥 저택도 보존돼 있다.

양림동 골목에도 코스튬 투어 바람이 불었다. 1930년대 다방을 재현한 문화공간 ‘모단걸테이블’에서 매주 금·토·일 한복을 빌려준다. 근대 골목의 특성을 살려 80년 전 스타일의 양복도 준비했다. 대여비 한복·양복 1시간 2만원. 양복을 고르면 소품도 공짜로 빌려준다. 여자는 모자·장갑·목걸이·양산·부채 등, 남자는 중절모·보타이·서류가방·안경 등으로 멋을 낼 수 있다. 일제 강점기에 지은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30년대 모던보이·모던걸의 느낌이 물씬 난다. 모단걸테이블을 운영하는 이한호(37)씨는 “양림동에서는 한복보다 근대풍 의상을 찾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양림동의 문화행사 ‘1930 양림쌀롱’이 열리는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는 의상을 공짜로 빌려준다. 한복이나 근대풍 의상으로 갈아 입고, 디제잉 파티와 연극 등을 즐길 수 있다. 무료 의상 대여는 페이스북(facebook.com/GJ1930)에서 신청할 수 있다.

경주

교복 입고 떠나는 추억의 수학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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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신라문화원 이희일]

2007년 9월 2일. 경북 경주 불국사 앞에서 검은색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러나 학생이라고 하기에는 나이가 지긋한 아저씨들이었다. 경주 신라문화원(원장 진병길)이 만든 ‘추억의 경주 수학여행’에 참가한 서울 양정고 55회 동창들이었다. 50대 중반의 아저씨 49명은 졸업 후 35년 만에 ‘리마인드 수학여행’이란 주제로 다시 경주를 찾아 교복을 입고 옛시절로 되돌아 갔다.

경주의 ‘추억의 수학여행’ 프로그램은 코스튬 투어의 조상이라 할 수 있다. SNS 인증 사진 명소는 아니지만, 여행지에서 의상으로 갈아입는 발상을 최초로 실현했다. 지금도 첨성대·불국사·월지(옛 안압지) 등에서 옛날 교복을 입고 어슬렁거리는 50∼60대 어르신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신라문화원의 ‘추억의 수학여행’은 30명 이상 단체만 가능하다. 올해 5월까지 추억의 수학여행 프로그램을 이용한 사람은 서울 양정고, 충남 홍성 산수초등학교 졸업생 등 1만2000여 명에 이른다.

최근에는 경주에도 의상을 빌려주는 가게가 하나 둘 늘고 있다. 대여점 ‘입고놀자’의 서병기(36) 사장은 “현재 대릉원을 중심으로 4개 대여점이 영업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복은 10∼20대 여성이 많이 찾는단다. 주말이면 200명 넘게 이용한다. 대여비 교복 3시간 1만4000원, 한복 3시간 2만원.

순천 드라마촬영장

교복 투어의 절대 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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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의 드라마촬영장은 교복 투어의 최강자다. 지난해 3월 교복 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 SNS에서 인증 사진 명소로 거듭났다. 2014년에는 하루 평균 입장객이 988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575명을 기록했다. 지난 4월 평균 입장객은 1820명으로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임시 휴일이었던 지난달 6일에는 1만600명이 입장해 최고 기록을 세웠다. 2010년 하루 평균 입장객은 214명이었다.

순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누군가 드라마촬영장에서 교복을 빌려 입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 뒤로 모든 것이 변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교복 인증 사진을 찍으러 몰려들고 있단다. 지난달 중순 경남 남해에서 휴가 나온 군인들도 만났고, 경남 창원에서 카메라 삼각대를 들고 길을 나선 20대 여성들도 만나고, 대구에서 왔다는 연인도 만났다.

드라마촬영장에서도 순천 소도읍 세트장의 나무 다리가 인증 사진의 성지다. 판잣집 늘어선 옛날 시골 마을을 배경 삼아 온갖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다. 직원 안내가 없어도 스스로 알아서 찾아간다고 한다. 대여비 50분 2000원.

드라마촬영장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순천만 국가정원에서도 코스튬 투어가 가능하다. 개량 한복과 태국·중국 등 외국의 전통 의상을 빌려 입을 수 있다. 대여비 1시간 3000원.

가평 쁘띠프랑스

프랑스 전통 의상 체험

경기도 가평의 프랑스풍 테마파크 쁘띠프랑스는 2008년부터 프랑스 전통 의상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축제 때만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지금은 연중 실시한다.

쁘띠프랑스에 있는 체험 의상은 모두 50벌로, 독일·스위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전통 의상이 대부분이다. 알자스 전통 의상은 여성복이 특히 예쁘다. 하얀 블라우스 위에 코르셋처럼 생긴 조끼를 덧입고 정강이까지 오는 펑퍼짐한 치마 위에 화려한 앞치마를 두른다. 남성복은 여성복에 비해 단순하다. 흰 셔츠 위에 검은색 혹은 빨간색 조끼가 전부다.

한홍섭(70) 쁘띠프랑스 회장은 “프랑스를 수없이 들락거리며 3년을 수소문한 끝에 전통 의상을 제작하는 공방을 찾아냈다”며 “전통 의상을 판매하는 공방에 관한 정보는 일급 비밀”이라고 말했다. 보유 의상은 전부 현지에서 직접 갖고온 것이다. 한 벌에 400유로(약 50만원)씩 들어갔다고 한다.

의상 대여소는 프랑스 전통주택 전시관 옆에 있다. 일명 ‘천송이 대기실’로 불리는 곳으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도 등장했다. 다음달 ‘프랑스 전통의상 전시·체험관’을 새로 열어 프랑스 전통 의상 체험을 확대할 예정이다. 대여비 40분 5000원, 1시간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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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손민호·이석희·백종현·홍지연 기자 ploveson@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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