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한 학생 모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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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고등학교의 교복이 일률적으로 폐지된 지 4년만에 학교장의 재량으로 넘겨졌다.
정부가 지난 82년1월에 단행했던 교복자유화 시책은 자율화라기 보다는 획일적인 교복폐지조치였다는데서 긍정적인 결과보다는 부정적인 부작용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학생들의 생활지도가 사실상 불가능해짐에 따라 비행율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복장과 두발자율화 전인 80년에 학생범죄가 청소년 범죄의 30%정도에 그치던 것이 83년에는 42%에 이른 것으로 검찰집계는 밝히고 있다.
이것은 자유스런 복장이 학생들로 하여금 학원에 대한 소속감을 약화시키고 유해한 환경에 휩쓸리기 쉬운 정서적 개방상태에 빠지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외모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도록 함으로써 일부 학생들의 경쟁적인 사치를 불러일으킨 나머지 학부모들에게 경제적· 정신적 부담을 준 것도 부작용중의 하나다.
이러한 이유로 해서 일선교사와 학부모는 물론 교육전문가들의 우려와 교복부활론이 대두됐고 우리도 갑작스럽고 획일적인 교복폐지 조치에 대해 누차 이론을 제기한바있다.
이제 시행착오를 거쳐 문자그대로 자율적인 선택의 권한이 뒤늦게나마 학교장의 오랜 교육경험과 철학에 의해 행사될 수 있게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교장이 교복착용 여부와 교복의 디자인이나 색상을 선택할 때는 우선 관련 학부모와 교사· 학생대표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할 것이다. 학교장의 독단적인 결정에만 의존한다면 교장이 바뀔 때마다 교복이 변경될 우려도 없지 않다.
복장이란 시대감각과 전반적인 생활수준에 따라 품질과 디자인이 향상돼야 하겠으나 상당기간은 그대로 지속되는 것이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의견이 결집되어 반영되는 것이 좋겠다.
교복에 대한 결정은 학교재량에 맡겨졌으나 일반적인 원칙은 전제돼야 마땅하다.
우선 단정과 청결은 학생들의 외양에서 필수적인 요소다. 외모가 단정하고 청결해야 그 몸가짐과 정신도 바르고 건전하게 된다. 교복의 디자인도 학생들의 몸가짐과 정신이 자신의 본분을 늘 깨닫고 학원에의 소속감을 강하게 일깨우도록 배려돼야할 것이다.
교복이 부활됐다해서 전처럼 일제의 잔재가 되살아날 염려는 없겠으나 밝고 희망적인 색상을 선택함으로써 학생들의 젊음과 발랄함을 더욱 고무하는 역할을 해야하다.
교복폐지가 가져다준 효과는 학생들의 창의력과 색상에 대한 감각을 세련되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을 계속 살릴 수 있으려면 교복의 디자인과 색상을 한가지만으로 통일할 것이 아니라 몇 가지로 제한하여 그 중에서 개성에 맞는 것을 고를 수 있게 하는 방법도 검토해 볼만하다.
이 기회에 학생들의 두발과 신발도 학생다움을 되찾도록 해야 하겠다. 더부룩하거나 청결치 못한 두발은 정신 집중에도 장애가 된다. 짧고 시원스런 두발은 청결을 유지하기도 쉽고 정신건강에도 유익하다.
아무쪼록 이번 중· 고교의 교복자율화시책이 학생들이 본분을 자각하고 면학정신을 제고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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