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외채 위기와 공동노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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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의 제40차서울총회는 세계경제가 지금 위기적 상황에 직면해 있고 그것을 해결하는데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모든 회원국들이 공동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같은 확인은 문제의 해결을 위한 기초를 다지는데 가장 중요한 전제가 된다.
서울총회에서 제기되고 논의되었던 다양한 문제의식들이 현실개선을 위한 구체적 협조방안으로 하나씩 결실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같은 대규모 국제회의를 대과없이 조직하고 마무리지은 국내관계자들의 능력도 높이 평가 할만하다.
이번 총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부각된 이슈는 외채문제와 보호주의라 할 수 있다. 이 두 주제들은 이미 80연대 초반부터 불씨를 키워왔고 그간에도 많은 개별적 쌍무적 해결책들이 모색되었던 문제들이다. 그러나 그간의 이런 산발적 상호주의적 접근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불가능하며 불씨는 이미 세계경제의 차원으로 확산되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기 시작했다.
서울총회에서 두드러지게 부각된 개도국의 외채위기와 선진국의 보호주의는 비록 그 연원이 같지는 않다 해도 결과적으로는 같은 열쇠로 풀릴 수밖에 없는 자물쇠와 같다. 대부분의 개도국들은 이번 총회에서 이점을 중점적으로 제기했다.
그들은 현재의 외채위기가 채권채무자간의 관리범주를 벗어날 만큼 심각해졌고 선진국의 보호주의가 외채위기를 확대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선진공업국들은 위기적 상황의 인식에는 동의하면서도 문제의 근원이 채무개도국들의 경제운영실패에 있다고 주장하고 일괄적, 다자간 해결방식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점에서 볼 때 앞으로도 문제해결에는 더 많은 협의와 노력, 장애의 극복이 필요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국제통화기금과 같은 국제기구의 기능이 어떻게 역할할 것인지를 주목하고자 한다. GATT와 더불어 현존의 세계경제질서를 구성해온 IMF체제가 과연 더이상 쓸모없고 무력한 장식물로 남을 것인지 또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후의 조정자로서의 기능재정립과 변신이 가능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선진국과 개도국들의 협력여하에 달려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어느 쪽이든 세계경제의 향방을 가름하는 중요한 분기점으로 남을 것이다. 하나의 희망적 조짐은 선진국들 간에 보호주의가 보호할 수 있는 이익보다 국제적 손실이 더 큰 점에 점차 인식을 같이하게 된 점이다. 선진 5개국간에 달러약세화를 합의한 사실은 이같은 조짐을 희망적으로 만드는 사례다. 이런 인식과 합의가 진전되면 세계경제의 동시침체와 외채위기를 가속화시키는 보호주의의 압력은 크게 줄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서울총회는 특히 우리자신에게 큰 의미를 남겨주었다. 그것은 이번총회가 다룬 가장 큰 이슈가 바로 우리자신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개도국이면서 높은 외채부담을 안고있는 우리경제는 원하든, 원치않든 세계적 외채위기의 수습방향에 따라 크나큰 영향을 받게될 것이다. 그것은 관리능력의 우수성이나 상환능력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IMF 서울총회는 외채에 관한 한 결코 우리도 예외가 될 수 없음을 새삼 알려준 중요한 회의였다. 바로 이 점이 우리의 성과로 남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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