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늪 유럽서 서독만 "독야청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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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파리=주원상 특파원】기록적인 무역흑자를 내고있는 서독을 제외하고는 유럽의 주요 수출국인 프랑스와 영국이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적자무역의 수렁에 빠져있다. 더구나 최근의 미달러화 폭락으로 이들 두나라의 적자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각국별로 무역현황을 살펴본다.

<프랑스>
지난6월 잠시 호전기미를 보였던 프랑스의 수출은 7월에 38억프랑 (4억3천만달러·85년9월 환율기준)의 역조를 기록, 우울한 여름을 보냈다.
작년에 66억프랑 (7억5천만달러)의 무역적자를 낸뒤 올해는 서서히 나아질 것이라고 했던「베레고브와」재무상의 전망과는 달리 금년들어 7월현재의 총무역 적자는 1백82억프랑(21억달러)에 달했고 연말까지는 2백40억프랑 (27억달러) 으로 늘어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해마다 평균 24억프랑의 수출실적을 올렸던, 농산물및 식품류수출이 10억프랑으로 절반이상이 줄었고 월평균 6대씩 수출해왔던 항공기가 1대씩으로 감소된점, 게다가 산업현대화에 따른 최신 생산장비의 수입이 지난해 1백40억프랑에서 1백60억프랑으로 증가한것이 금년도 무역적자를 늘리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다만 대미수출은 25년만에 올해 처음으로 출초가 기대되고 있으나 달러화의 약세로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다.
59년 예외적으로 1억7천6백만프랑의 대미출초를 기록한것을 제외하고는 2차대전이후 줄곧 대미무역적자를 보여왔다. 프랑스는 올들어 6번째로 지난8월 1억5천만프랑의 혹자를 냈으나 달러화의 시세하락으로 대미수출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부품·농산물과 식품류 수출이 타격을 받을것같다.
프랑스정부는 당초 금년도 무역적자폭을 1백억프랑선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을 세웠었다..

<영국>
81년 37억파운드 (50억달러·85년9월 환율기준) ,82년 24억파운드 (31억달러) , 83년 7억파운드(9억9천만달러)의 무역흑자를 냈던 영국은 지난해 74년이후 최대기록인 41억파운드의 적자로 위전직하한데 이어 올해도 수출부진으로 고전중이다.
지난6월 2억1천6백만파운드, 7월 5천6백만파운드, 8월에는 1억9천5백만파운드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적자폭이 다소 감소추세를 보인것은 자동차및 원유등의 수입감소 때문.
지난해의 대적자는 탄광노조의 1년여에 걸진 파업으로 석탄수출이 정지된데다 연료용등의 원유수입이 83년 56억5천5백만파운드 (75억달러) 에서 84년 77억7천4백만파운드 (1백3억달러)로 크게 증가한데서 비롯됐다.

<서독>
무역에서 금년 8개월동안 4백22억마르크(1백47억달러·85년9월 환율 기준)의 흑자를 기록,지난해 같은기간의 2백67억마르크(93억달러) 보다 60%의 증가를 보였다.
금년말까지는 7백50억마르크(2백61억달러) 의 무역혹자가 예상되고있다. 지난해 무역흑자는 5백40억마르크 (1백88억달러) 였다.
서독연방은행의 추계론 올 경제성장률은 3%, 인플레는 2%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서독무역의 이같은 호황은 전통적으로 산업을 주도해온 자동차·기계·화학공업부분에서 두 드러지고있다. 이들 3개 산업부문은 서독전체수출의 55%를 넘고있다.
자동차의 경우 지난 7윌현재 같은 기간보다 23% 증가한 2백51만대를 생산, 1백57만대를 수출했다. 수출은 지난해에 비해 33%늘어난 숫자다.
기계공업부문에서는 수년간의 불황끝에 지난 5월까지 전년비 21%성장을 보이고 있다.
화학공업의 경우 대표적인 BASF사가 금년 상반기중 전년비 37%,훽스트사는 11·5%등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처럽 서독경제가 다른나라에비해 최근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는 이유는 크게 네가지로 나누어 볼수 있다.
첫째「콜」기민당정부의 재정긴축정책에 따른 효과다. 「콜」 정권은 82년 집권이래 적자예산의 주된 원인이된 사회보장비용을 축소, 예산의 적자규모를 집권당시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였다.
86년 예산에서는 1백10억 마르크(40억달러)에 이르는 감세를 계획하고 있어 적자폭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축적된 가계저축이 기업의 설비투자로 운용될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둘째 낮은 금리정책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의 금리가 계속 올라도 서독은 저금리정책을 고수함으로써 기업의 금리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경제가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는 가운데 중앙은행인 분데스 방크는 지난8월 중앙은행 재할인율을 4·5%에서 4%로 낮추고 있다.
세째 마르크화의 안정이다. 다른 나라들이 매년 10%가까운 인플레를 보이는데 비해 서독의 경우 2%대 이상의 물가 상승을 기록한 일이 없다. 이처럼 안정된 물가때문에 서독의 무역상대국에 서독상품은 언제나 안정되고 일정한 가격으로 수출될수 있다.
금리나 가격면에서 서독이 뛰어난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네째는 달러화강세에 따른 미국등 달러화 지역에 대해 유리한 수출경쟁력이다. 서독의 경제전문가들은 달러에 대한 마르크의 환율이 2·5대1이 되어도 수출경쟁력은 충분한것으로 생각하고있다.
최근 2년 가까이 달러환율은 평균2·8대1의 수준을 보였고 한때는 3·4대1(금년2월)까지 올라간 일도 있어 수출물량의 증가는 물론 막대한 환차익까지 누렸다.
이러한 수출호황과 더불어 국내경기도 기록적인 성장의 기미가 나타나고 았다. 60년대 경제성장때처럼 기업의 자본재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60년대 GNP의 25%를 차지하던 투자비율은 최근 7년간10%대를 맴돌다가 금년들어 20%수준을 넘어설것으로 예상되고있다.
서독에 이처럼 자본재투자가 급증하고 있는것은 국내외의 경쟁에 따라 70년대에 게을리했던 생산설비의 현대화·합리화가 불가피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독경제가 장기적으로는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재래형의 기계·중화학공업이 경제·사회적으로 깊이 뿌리를 박고 있기 때문에 산업구조의 전환이 순조롭지 않을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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