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경제 구원투수 ‘라잔’ 떠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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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경제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라구람 라잔(53·사진) 인도중앙은행(RBI) 총재가 “연임하지 않겠다”고 18일(현지시간) 밝혔다. 그는 RBI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정책이 시행되는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중앙은행에 남을 생각도 있었지만 정부와 상의 끝에 학계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퇴임은 오는 9월 4일이다.

중앙은행 총재 연임 않기로
경제정책 신뢰 다시 시험대

인도 출신의 라잔은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를 거쳐 미국 시카고대 교수로 재직하다 2013년 9월 RBI 총재로 부임했다. 라잔은 글로벌 시장 참여자가 볼 때는 ‘믿는 구석’이다. 라잔이 총재로 취임할 당시 인도는 루피화 가치 추락과 높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었다. 나날이 돈이 빠져나가서였다. 그는 취임 직후 기준금리를 올려 일단 자본 이탈을 막았다. 이후 루피화 가치가 안정돼 수입물가가 떨어지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졌다. 그의 사임 발표로 인도 경제정책에 대한 믿음이 다시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라잔은 인도 보수세력과 갈등을 피하지 못했다. 그는 인도 정부가 국내총생산(GDP) 산출 방식을 바꿔 성장률을 높이는 것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또 신분제(카스트) 등 종교적 제약을 줄이는 방식으로 경제개혁을 주장했다. 그 바람에 인도 기득권층인 강경 힌두교 세력의 비판과 견제에 시달려야 했다.

라잔은 전기공학도였지만 미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경고해 스타가 됐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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