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무슨 교통기금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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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사회의 관행은 자가용승용차를 가진 사람을「동네 북」아니면 무슨 큰 봉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정부가 구상하는「교통정비촉진법안」의 주요내용을 보면 도시교통수단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고 대중교통수단의 활성화를 촉진하다는 명분아래 자가용승용차나 도심빌딩에 교통개발기금을 부과한다는것을 주요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자가용승용차의 경우 현재부과하고 있는 자동차세의 50%범위 안에서 개발기금을 부과하도록돼 있다. 물론 이것이 앞으로 개최될 공청회와 국회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국민들의 의견이 반영되리라고는 생각되지만 정부의 사고방식이 어쩌면 이렇게 사려 깊지 못한가.
우리의 교통및 도로사정이 앞으로 개선돼야할 점이 많고 이를 위해서는 많은 재원이 소요된다는 점은 이해한다. 그러나 그 재원을 기껏 자가용차 소유자나 빌딩주인들로 부터 받아내야겠다는 발상은 수혜와 부담의 형평이라는 면에서도 적절치 못하다.
승용차를 사려는 사람은 차를 구입할때 이미 차값의 52∼57%에 이르는 각종세금이나 도로·지하철·상수도공채를 매입한다. 특별소비세·부가세·취득세·등록세·방위세및 인지등을 하나도 빠짐없이 납부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포니2의 공장도가격이 3백25만6천원인데, 실제 구입가격은 4백98만원이 된다.
자동차 구입때의 제세공과금을 외국과 비교해 보면 미국 5%, 일본 22. 8%, 영국이 24.6%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그들보다 2배에서 최고 10배를 내고 있다. 여기에 자동차세의 50%를 교통개발기금으로 다시 부과한다면 그 부담은 엄청난 것이 된다.
물론 차를 가진 중산층이 저소득층보다는 생활에 여유가 있고 그래서 소득이 높은 층에서 이들을 위해 기여를 한다는 것은 나무랄 데가 없다. 그러나 중산층을「봉」으로 취급한다면 이는 중견층을 육성하고 이들의 층을 두껍게 하겠다는 정책이론과는 배치되는 처사다.
차라리 자동차와 도로교통관계로 징수된 각종 부과금이 본래의 부과목적에 합당한 방향으로 운용되도록 노력하는 일이 선행돼야한다.「길에서 얻어진 돈은 길에 쓰라」는 말이다.
막대하게 징수된 교통범칙금이 엉뚱한 사업의 예산으로 돌려쓰지말고 도로망의 확장이나 교통체계의 개선에 활용했다면 도시의 교통사정이 현재와 같은 혼란에는 이르지 않았을게 아닌가.
만약 모든 형편을 고려하더라도 기금조성부과금을 이러· 방식으로밖에 부과할 수 없다고 한다면부과 대상이나 세율은 보다더 연구검토하여 설득력 있는 방안을 강구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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