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미군, 엔화 사재기 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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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을 포함한 서방 5개국이 달러의 평가절하에 노력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주일미군들은 24일 기지내에 설치된 은행에 몰려들어 「엔화 사재기소동」을 벌였다.
이같은 소동은 달러의 대엔화 환율이 24일 13%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는 보도가 불을 붙였는데 이와꾸니의 아메리컨 익스프레스 뱅크의 한대변인은 이날 하루 평소의 4배인 5만8천달러를 환금해줬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태는 요꾜다공군기지, 요꼬스까해군기지, 캠프자마 등에 있는 체이스 맨해턴은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요꼬다의 한은행직원은 『마감시간인 하오 3시가 지나도 몰려든 미군들 때문에 문을 닫을 수가 없었다. 엔화가 바닥난5시가 지나서야 일을 마칠수 있었다』고 전했다.
오끼나와의 한 미군 부인은 『5일후에 집세를 지불해야 하는데 지금 가격으로는 월4백58달러지만 월급날까지 기다려 돈을 바꾼다면 4백88달러, 또는 그 이상이될 것』이라며 『내 돈과 남편의 돈을 모두 털어내 엔임로 바꾸었다』고 말했다.
달러의 평가절하는 미군기지주면서 장사를 하는 일본 상인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끼나와의 한 장난감가게 주인은 『크리스머스를 겨냥해 많은 돈을 들여 물건을 확보해 놓았는데 물건은 팔리지 않고 기다려보자는 손님들이 많아 돈을 회수할 길이 없다』고 울상지었다.
또 오끼나와 주변에 살고 있는 1천9백가구의 미군가족은 갑작스런 주택임대료 및 생활비 상승으로 우울해 하고있다. 한 해병장교는 『임대료와 생활비가 26달러나 오른 셈이다. 고향에서는 2백50달러면 한달을 살았는데 여기서는 이미 4백달러 이상을 지불하고 있다』고 불평했다.
미국의 「제임즈·베이커」재무장관은 비일 NBC-TV를 통해 극동지역에 방송된 연설에서 달러의 평가절하는 미의회의 보호무역주의 입법을 저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조치는 미국본토에서 보다 주택임대료와 생활비 상승을 부채질하게될 일본에서 더 큰 충격을 주었다. 오끼나와의 경우 지금까지 생활비는 본토보다 30%정도 싼편이었으나 달러평가절하로 비슷해질 것 같다. <김상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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