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호텔롯데의 리조트 합병을 의결한 롯데그룹 핵심 임원 4명을 소환 대상에 올려놨다. 호텔롯데는 계열사인 부여리조트와 제주리조트를 저가로 흡수합병해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호텔롯데는 일본 계열사들의 지배를 받고 있어 두 리조트의 자산이 일본으로 유출됐다는 논란도 제기된다.
저가로 사들여 리조트에 손실 끼쳐
신 회장이 지시했는지도 조사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손영배)는 2013년 호텔롯데가 부여와 제주의 리조트를 합병할 때 연 이사회의 의사록을 확보했다. 이에 따르면 그해 8월 14일 롯데호텔 21층 회의실에서 열린 이 회의에 의장 송용덕 호텔롯데 대표, 이원준 롯데백화점 대표,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등 4명(전체 이사는 6명)이 참석했다. 감사인 김치현 롯데건설 대표도 나왔다. 이들은 만장일치로 리조트 합병안을 의결했다.
검찰은 이들이 당시 시세보다 낮은 자산 가치로 두 리조트의 합병을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두 리조트는 손실을 보고 반대로 호텔롯데는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호텔롯데는 사실상 두 리조트를 관리하는 위치에 있었다. 당시 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의 평가에 따라 호텔롯데와 부여리조트의 주식 1주당 합병 비율은 1대 0.0226, 제주리조트와는 1대 0.0037이었다.
검찰은 지난 10일 호텔롯데 리조트사업본부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14일 부여와 제주리조트, 딜로이트안진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송 대표 등 이사회에 참석한 임원 4명을 불러 신동빈(61) 회장의 지시로 리조트 합병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이들은 신동빈 회장 측근으로 분류된다.
검찰은 두 리조트를 합병한 배경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 롯데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의 지분 99%는 일본에 있는 계열사인 광윤사와 롯데홀딩스, 패밀리, L투자사 11곳이 보유하고 있다. 이 중 호텔롯데 지분의 72.65%를 보유하고 있는 L투자사 11개는 각각 일본의 롯데홀딩스나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가 소유·지배하고 있다. L투자사는 신동빈 회장이 대표인 회사다. L1부터 L12까지 총 12개의 회사가 있다.
이런 지배 구조에 따라 호텔롯데가 부(富)를 얻으면 일본 계열사가 이득을 볼 수 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들 일본 롯데 계열사의 호텔롯데에 대한 배당금은 1204억원이다. 일본 롯데홀딩스 등의 지분을 가진 신격호(95)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신동주(62) 전 부회장뿐만 아니라 다른 일본 주주들에게도 배당된다. 호텔롯데에 대한 부당한 자산 몰아주기가 ‘국부유출’이라는 의혹을 받는 이유다.
또 다른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은 해외에서 원료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일본 계열사를 중간 거래 업체로 끼워 수수료를 주는 방식으로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롯데의 국내 수익이 일본으로 간 부분에 대해 횡령이나 배임 등 기업범죄에 해당되는지 살펴보고 있다. 국부유출이라는 가치 판단을 가지고 수사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부여와 제주리조트는 외부 법인에서 가치를 평가했다. 호텔롯데가 일본으로 보내는 배당금은 영업이익의 1%로 나머지는 국내에 재투자된다. 롯데케미칼을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도 사실무근이다”고 주장했다.
서복현·윤재영 기자 sphjtbc@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