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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태형의 음악이 있는 아침] 소콜로프의 템페스트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 피아니스트 그리고리 소콜로프의 연주입니다.

베토벤 소나타 17번 ‘템페스트’가 이런 곡이었군요. 지극히 영롱한 음색입니다.

속살 너머 또 속살이 보이는 듯한 연주에서 신비함을 넘어 경건함까지 느끼게 됩니다.

소콜로프는 16세 때인 1966년, 제3회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행방은 1980년대 말까지 안개 속이었습니다.

철의 장벽이 무너진 1980년대 후반 이후 그의 이름은 더 널리 알려졌죠.

10대 천재 소콜로프는 이미 가공할 내공을 쌓은 은둔자의 모습으로 변모해 있었습니다.

뭔가 다른 피아니스트입니다. 공연을 앞두고 하루종일 피아노와 함께 보냅니다.

조율사에게 자신이 피아노에서 어떤 점을 원하는지를 설명하며 연주를 하는 것이죠.

정명훈은 소콜로프에 대해 “일어나서 잘 때까지 오로지 피아노 연습만 하는 사람이다. 옆에서 지켜보기에 안쓰러울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소콜로프는 더 이상 오케스트라와 협주곡을 연주하지 않습니다. 만들어진 지 5년 넘은 피아노도 꺼립니다. 스튜디오 녹음도 안 합니다.

리허설 시간을 두 배 이상 요구합니다. 그 대신 연주에서 두 배 이상 많은 앙코르를 들려줍니다.

소콜로프가 우리나라에 올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비행 공포증 때문이란 얘기가 있죠.

그를 보기 위해 유럽행 비행기표를 끊는 팬들은 점점 늘어날 전망입니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ㆍ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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