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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론조사 3곳 ‘EU 탈퇴’ 우위, 글로벌 증시 연일 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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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포인트, 7%포인트, 1%포인트.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 국민투표를 9일 남긴 14일(현지시간) 영국 언론 세 곳에서 나온 여론조사다. 모두 탈퇴가 잔류를 앞서며 “정말 브렉시트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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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자 ICM·가디언 여론조사에선 탈퇴가 6%포인트 앞섰다. 유고브·더타임스에선 7%포인트, ORB·텔레그래프에선 1%포인트다. 최근 여론조사 7개 중 극단적이지 않은 5개의 가중 평균치를 구하는 파이낸셜타임스(FT)의 ‘여론조사들의 여론조사’에서도 탈퇴가 47%로 잔류(45%)를 제쳤다.

가디언 등서 1~7%P 차이로 앞서
‘잔류 우세’ 높았지만 최근 급전직하
탈퇴파, 난민·이민 문제 파고들어
작년 이민자 30만명 발표도 영향

베팅업체들도 배당률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베트페어는 잔류 가능성을 59%로 봤다. 낮지 않은 수치다. 9일엔 78%였던 걸 감안하면 ‘급전직하’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피터 켈너는 “국민투표에선 유권자들이 막판에 가서 마음을 정하는데 상대적으론 ‘현상 유지’ 쪽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며 “아직 탈퇴 쪽으로 굳어졌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힘을 받고 있는 건 탈퇴 진영”이라는 데 이견을 다는 이는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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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변화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2015년 총선에서 보수당의 승리를 견인했던 린턴 크로스비는 “탈퇴 진영이 이민·난민 문제에 집중한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간 양 진영은 ▶EU 회원 비용 ▶EU 단일시장 가치 ▶안보 ▶노동권 등에서 강하게 충돌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 잔류 진영에선 “경제적으로 (EU 잔류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존 메이저,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의 독립으로 영국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호소했다.

탈퇴 진영은 난민·이민 문제를 파고들었다. “국경 통제를 위해선 EU로부터 주권을 되찾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재도 잇따랐다. 지난해 영국으로의 이민자가 30만 명을 넘어섰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당초 목표치인 1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터키의 EU 가입 논란도 불안감을 자극했다. 결과적으로 수백만 명의 터키인이 영국에 무비자로 입국하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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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머런 영국 총리

보수당의 분열과 노동당의 방관도 한몫했다. 잔류는 캐머런 총리가, 탈퇴 운동은 보수당 차기 주자인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과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이 이끈다. 유권자들에게 브렉시트 논란은 보수당의 분열로 비쳤다. 비보수당 지지자들은 냉담해졌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가 “EU 잔류를 원한다”는 정도의 발언만 했을 뿐 열의를 보이진 않았다. 상대적으로 EU에 호의적인 노동당 지지자들이 무관심해지거나 브렉시트로 기운 이유다.

영국의 브렉시트 분열상은 언론계에서도 드러난다. 루퍼트 머독 소유로 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신문인 더선이 가장 먼저 브렉시트에 찬성했다. 더선은 선거 승패에 ‘촉각’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논조상으론 텔레그래프·데일리익스프레스·데일리메일은 탈퇴, FT·미러·가디언은 잔류를 지지한다.

브렉시트 우려로 세계 증시는 연일 하락하고 있다. 14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7.03포인트(0.36%) 떨어진 1972.03으로 장을 마감, 연이틀 하락했다. 이날 일본 증시가 1% 하락하는 등 아시아 증시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유럽 증시도 5일 연속 하락했다. 브렉시트에 따른 영국 금융시장 충격이 유럽 및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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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커지는 브렉시트 가능성…추락하는 파운드화 가치



미국 투자리스크 관리업체 액시오마는 “브렉시트 땐 영국·유럽 증시가 20% 이상 하락하고 미국 등 다른 나라 증시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선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4일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지난 3~4월 국내 주식시장에 대거 유입된 영국계 자금이 급격히 유출되면서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박진석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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