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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지도부의 대개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등소평이 원로정치국원 10명을 포함하여 당과 군의 지도층 1백31명을 일거에 퇴진시킨것은 정변기가 아니고는 볼수 없는 조처다.
이로써 등소평체제는 실용주의 노선추진의 장애요인을 또하나 제거하고 포스트등의 급진좌파등장을 봉쇄한 셈이다.
모택동말기인 75년1월 주은래에 의해 채택된 「4개의 근대화」 (농업·공업·군사·과학기술=4화)는화국봉체제때 「최중요과제」 로 되고 다시 78년 신헌법에서 국시로 승격됐다.
이 4화의 목표는 금세기말까지 1인당GNP를 1천달러 (83년현재 3백10달러)로 늘리고 중공의 경제를 세계의 전열로 끌어 올리는 것이다.
등소평체제는 이 정책을 추진키위해 반대세력인 4인방을 완전히 제거하고 모택동사상을 수정, 자본주의요소를 도입했으나 반대파의 도전은 끊일날이 없었다.
그 반대의 근원은 원로와 군부였다. 이래서 등소평은 연경화와 전문화를 내세웠다.
이번에 퇴진한 사람들은 모두 고령자이거나 비실용파이며 그중 대다수가 군관계자다.
정치국상임위원이면서도 이번에 사퇴가 강요된 엽검영은 군의 원로이며 개혁노선에 반대하는 당내 보수파의 상징적 인물이다.
엽검영과 함께 중공군의 3장로로 군림해온 서향전·섭영진과 역시 군관계 원로인 위국청·이덕생·장정발등이 정치국에서 물러난것은 정책수행에서의 군의 발언권을 그만큼 약화시킨것이다.
이것은 개혁노선에 가장 위협적인 잠재세력으로 간주돼온 중공군이 군사위 주석인 등소평의 단일지배체제하에 더욱 결속될수 있음을 의미한다.
후임자들은 아직 선임되지 않았으나 대체로 60대전후의 친등개혁파들일것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로써 중공은 『낡은 피를 새로운 피로 수혈한다』는 이름아래 전통적인 종신제 노인정치(gerontocracy)를 수정하게 됐다.
이는 또 중공지도부가 혁명의 제1세대로부터 제2세대로 교체됨을 의미한다.
새로 임명될 중앙위원 64명은 대부분 40∼50대로 충원될것이라 한다. 이들 혁명 제3세대는 제2세대를 이어 21세기의 중공을 이끌어갈 지도부로 육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인물교체는 정권유지를 위한 단순한 자리바꿈이 아니라 국가의 원대한 마스터플랜을 위한 체제정비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즉 권력싸움이나 민심수습, 충성심제고보다는 훨씬 높은 차원의 노선투쟁·국가운영책의 일환인 것이다.
새로운 중공체제는 젊고 박력있는 실용주의자들로 강화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결코 무관치는 않다.
이제 중공은 경제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가속화함으로써 우리와 경쟁이 심해지게 된다.
한편으로는 실리위주의 개방정책을 더욱 과감히 추구하게 됨으로써 우리와의 관계개선과 남북한 긴장의 완화에 도움이 될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로서는 이같은 주변상황변화에 대응할 자세정립이 뒤따라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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