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16 폭력사태…깨진 맥주병, 쇠파이프 난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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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개막한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에서 우려했던 폭력사태가 현실이 됐다. 개막 전부터 각국 ‘훌리건’들의 난동이 벌어지더니 11일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러시아 경기 직후 대규모 폭력사태가 빚어졌다.

CNN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폭력사태는 이날 경기 시작 전부터 시작됐다. 마르세유 올드포트 지역과 경기장 인근에서 두 나라 축구팬들이 주먹다짐을 하기 시작했다. 1대1로 경기가 끝날 무렵 사태가 더욱 심각해졌다.

러시아 국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한 무리의 남성들과 빨간 색 잉글랜드 유니폼을 입은 남성들이 경기장 내에서 서로 주먹질을 하고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됐다.

경기가 끝난 후 폭력사태는 더욱 확대됐다. 거리 곳곳에서 수십 명씩 무리를 지은 훌리건들이 윗옷을 벗은 채 다른 남성들을 집단 구타하거나, 노천 카페에 놓아둔 철제의자를 집어던지는 모습이 목격됐다. 깨진 맥주병과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모습도 보였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프랑스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가스를 살포하며 진압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손도끼와 흉기를 휘두르는 훌리건들도 목격됐다고 전했다.

AP통신은 9~11일 사흘 동안 벌어진 폭력사태로 잉글랜드 축구팬 1명을 포함해 4명이 중태에 빠지고, 30여 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타스통신도 중태에 빠진 4명 중 1명은 의식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두 나라 훌리건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두 나라는 유로 2007·2008 예선 때 모스크바와 런던에서 맞붙어 수십여 명의 부상자를 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1일 “유로 2016에서 대규모 폭력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잉글랜드와 러시아의 B조 첫 경기에서 안전문제가 우려된다”고 지목했다.

잉글랜드 훌리건은 악명이 높다. 1985년 유러피언컵 결승전이 열린 벨기에 브뤼셀의 헤이젤 경기장에서 잉글랜드 리버풀 팬들이 이탈리아 유벤투스 팬들과 충돌해 39명이 사망하고 454명이 다쳤다. ‘헤이젤 참사’라고 불린 이 사건으로 잉글랜드 클럽 팀들은 5년간 국제대회 참가가 금지됐다. 2000년 벨기에에서 열린 유로 2000때도 잉글랜드 훌리건의 난동으로 56명이 다쳐 유럽축구연맹(UEFA)이 잉글랜드팀을 경기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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