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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선진화법 개정 검토…의원 특권 백서 만들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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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20대 전반기 국회의장(왼쪽)이 9일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에서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의 축하를 받고 있다. 서 의원은 이날 최다선(8선) 자격으로 의장석에서 의장 선출을 위한 사회를 봤다. 유력 국회의장 후보였던 서 의원은 전날 정진석 원내대표를 통해 의장직 양보 의사를 밝혀 원 구성 협상의 물꼬를 텄다. [사진 박종근 기자]

‘미스터 스마일’(정세균 신임 국회의장의 별명)이 국회의장이 됐다. 그러나 야당 출신 국회의장답게 취임 일성은 물렁하지 않았다. 20대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정세균(65) 의장은 9일 수락연설에서 “20대 국회는 온건함만으론 충분치 않을 것”이라며 “때로는 강경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장 선출 뒤 중앙일보와 통화
“외부인사의 객관적 검증 거쳐 의원 특권 버릴 건 버리겠다
박 대통령이 국회 존중해야 협치…영 아니다 싶으면 강력히 싸울 것”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정 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 무기명 투표에서 287명 중 274표를 얻었다. 95.5%의 득표율이다. 야당 국회의장은 16대 국회 후반기인 2002년 한나라당 출신 박관용 의장이 선출된 이후 두 번째로, 14년 만이다.

정 의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선진화법이 19대 국회에서 몸싸움이나 여야 간 충돌은 막았지만 일하는 국회는 제대로 보여 주지 못했다는 게 일반적 평가”라며 “잘 검토해 문제점이 있다면 과감하게 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 인터뷰에서도 “선진화법을 잘 검토해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개정하고 살려야 할 부분은 살려 일을 하면서도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 드리지 않는 국회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 의장은 중앙일보 통화에서 “국회의원이 특권이 있다면 국민을 섬기고 국회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국회의원의 특권을 정리한 백서를 만들어 시민사회 인사 등에게 검증을 맡기겠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국회의원의 특권이 얼마나 있는지,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필요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백서를 만들어 정리한 뒤 객관적인 검증을 맡겨 버릴 것은 버리고, 그렇지 않은 것은 알려 국민의 오해를 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행정부와의 관계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탓만 하는 자세여선 안 된다. 국회를 존중하고 제대로 된 파트너로 인정해 주는 자세 변화가 있을 때 협치를 위한 노력이 펼쳐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나는 협조할 것은 잘해 주되 영 아니다 싶은 것은 강력하게 싸운다”며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리더십으로 성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정 의장은 수락연설에서 “지금까지 국회는 갈등의 조정자가 아니라 ‘조장자’라는 질타를 받아 왔다”며 “국민에게 짐이 아닌 힘이 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책임 의회’를 지향해야 한다. 국정의 당당한 주체로서 부여된 권한을 적극 행사하되 그에 따른 책임도 지는 협치의 모델을 정립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정 의장은 오전에 열린 더민주 의원총회에서 초선들과 범친노계의 지지로 총 121표 중 71표를 얻어 문희상(35표)·박병석·이석현 의원을 누르고 후보가 됐다.

새누리당은 긴장하는 분위기였다. 국가 의전 서열상 대통령 다음인 국회의장은 국회 본회의 개의 권한은 물론 회의 중지·산회권, 신속 처리 대상안건 지정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국회의장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대해 세입·세출에 영향을 주는 법안들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해 본회의로 ‘직행’시킬 수도 있다. 장관급인 사무총장과 차관급 4명, 국회 직원 4000여 명에 대한 인사권도 행사한다. 첫 야당 출신 국회의장이었던 박관용 의장은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을 의결한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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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지상욱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책임 의회는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다”며 “20대 국회가 협치의 모범으로 남을 수 있도록 정 의장이 이끌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북 진안에서 태어난 정 의장은 기업(주식회사 쌍용 상무이사), 행정부(산업자원부 장관), 정당(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원내대표·의장)의 요직을 두루 경험했다. 국회의장으로 뽑히면서 대통령만 빼곤 할 수 있는 자리는 다 한 셈이다. 그는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가 영입해 15대 총선부터 20대까지 내리 6선에 성공했다. 19대 총선 때 ‘정치 1번지’ 종로로 지역구를 옮겼고, 20대 총선에선 새누리당 대선 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후보를 꺾었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그 수가 줄기는 했지만 따르는 의원그룹이 있는 실세형이다. 정 의장의 임기는 2018년 5월까지다.

글=김성탁·남궁욱 기자 sunty@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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