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통령양자 이인수씨댁|콩나물 잡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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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우리집의 아침 식탁은 무척 단출하다. 현미를 튀긴 튀밥과 콘플레이크에 우유를 적당히 섞어 먹는 것이 전부. 그래서 자연히 저녁 식탁에 곱절의 신경을 쓰지 않을수 없다.
우리 집의 저녁 식사는 여느집보다 빨라 하오 6시께면 시작된다. 밥은 현미와 백미를 4대6의 비율로 섞고 검정콩을 약간 넣어 짓는다. 국은 아욱국. 대합과 붉은 고추를 썰어 넣으면 시원하면서도 알큰한 맛을 낼수 있어 좋다.
반찬은 동치미·열무김치·배추김치등의 김치류와 호박나물·가지나물·두부조림에 콩나물 잡채와 마른멸치가 전부.
특히 우리집 콩나물 잡채는 집안 대대로 이어져 오는 전통음식. 아버님(이승만전대통령)이 경무대에서도 드신 것으로 우리집의 자랑이다.
콩나물·표고버섯·당근·양파·부추·쇠고기를 거의 같은 비율로 준비한다. 콩나물은 머리와 꼬리를 떼어버리고 나머지만 삶는다.
표고버섯·쇠고기·당근·부추·양파는 적당한 크기로 썰어 두는데 양파를 제외한 나머지는 가급적 콩나물 길이와 비슷하게 썬다. 이때 부추는 길고 굵은 중국 부추를 사용한다.
콩나물을 제외한 나머지 재료들은 면실유에 각각 볶는다. 양파를 제일 먼저 볶아내고 다음에 부추·당근·쇠고기·표고버섯 차례로 볶는데 볶을 때마다 소금과 후춧가루를 뿌려 간을 맞춘다. 단 쇠고기와 버섯은 완전히 익을 때까지 볶는데 마지막으로 버섯을 볶을 때는 마늘 다진 것을 넣고 볶는다.
데쳐낸 콩나물과 볶은 재료들을 참기름과 깨·설탕을 약간 넣고 버무려서 내놓는다.
우리집 식탁의 또하나 특징은 조리안한 마른멸치를 먹는것.
멸치 때문인지는 몰라도 어머님(「프란체스카」여사)도, 아기 아빠도 잔병을 앓지 않아 늘 건강한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음은 반가운 일이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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