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 접수되면 재판중단|「재판부 기피신정」 낸 미 문화원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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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형사소송법(18조1항)에 따라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나 ▲법관이 피해자·피고인의 친척이거나 ▲전심재판에 관여하는 등 제척(제척)사유가 있으면 피고인이나 검사가 서면 또는 구두로 법원에 낼수 있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명시한 의사에 반하지 않는때에만 신청할수 있다.
기피신청이 접수되면 소송절차진행이 중지되고 기피당한 법관이 속하는 법원합의부(타 재판부)가 기피신청의 심리를 맡는다. 그러나 간이기각결정사유가 있거나 급속을 요하는 경우 등에는 계속 진행될 수도 있다. 사건담당재판부의 간이기각결정대상은 기피사유를 서면으로 3일이내 제출하지 않았거나 기피의 원인이 되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경우다.
「급속」을 요하느냐의 여부는 객관적으로 판단되며 급속한 증거조사·강제처분 등이 필요한 경우와 구속기간의 만료 등으로 인한 불가피한 경우가 해당된다.
이같은 사유가 없는 한 소송절차가 중단된 상태에서 기피신청에 대한 재판이 시작된다.
기피신청사건의 심리는 신청서접수→소명사유 제출→기피신청을 당한 법관의 의견서제출→기록 송부→재판부결정으로 1단계가 마무리되며, 즉시항고→기각결정재판부 의견서제출→기록 송부→결정으로 2단계가, 재항고에 따른 재판부결정으로 3단계가 끝난다.
기피신청에 대한 기각결정에는 3일이내에 즉시 항고할 수 있고 다시 재항고가 가능하도록 되어있다(간이기각결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간이기각결정을 하더라도 최종확정까지는 최소한 9일이 소요되며 기피신청사건은 통상 20일정도가 걸린다.
지난 79년의 명동성당 반정부집회사건 1심때 변호인들이 제출한 재판부기피신청의 경우 즉시항고·재항고를 거쳐 20일만에야 최종적으로 기피신청기각결정이 확정됐었다.
지금까지 기피신청이 받아들여져 재판부가 바뀐 경우는 대통령선거법·국회의원선거법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70년 6월부터 재판이 시작된 김대중씨사건의 경우.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다가 74년 6월 김씨에게 법원의 소환장이 배달되면서 시작된 공판에서 변호인들은 재판장이던 박충순부장판사(현 변호사)에 대한 기피신청을 냈으며 4개월뒤 대법원에 의해 「심리미진」의 이유로 받아들여져 결국 황석연부장판사로 재판부가 바뀌었었다.
지난 2월 열렸던 민정당사농성사건 관련 대학생 20명에 대한 공판에서도 3개대학별로 재판을 맡았던 3개 재판부에 대해 모두 기피신청이 제기됐었으나 기각결정이 내려졌었다.
기피신청을 심리한 서울형사지법 합의14부는 그러나 3월9일 『담당법관들이 3월초 인사때 모두 바뀌어 기피신청에 대한 실익이 없어졌다』며 기각결정을 내렸었다. <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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