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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보트 쥐려는 안철수, 국회의장 선출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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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원 구성 협상에 실패하면서 7일 소집된 20대 국회 첫 본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사진 김현동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7일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각자의 국회의장 후보를 확정하라”는 중재안을 공식 제안했다. 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다. <본지 6월 7일자 1·5면> 이 중재안은 ①양당이 각각 후보를 확정하고 ②둘을 놓고 합의를 해보다 안 되면 본회의에서 자유투표를 통해 의장을 선출한 뒤 ③부의장과 상임위원장 배분을 순차적으로 마쳐 20대 원 구성을 마무리 짓자는 내용이다.

‘선 의장 선출’ 제안에 정치권 요동
박지원 “결국 우리 당 38석이 결정”
새누리 “야당들의 당리당략” 반발
더민주 “자유투표 받아들이겠다”

기본적으로 국회를 최대한 빨리 정상적으로 출범시켜야 한다는 명분에 기댄 ‘준법제안’이다. 하지만 따져보면 실리는 국민의당에 돌아가게 돼 있는 제안이기도 하다. 더민주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인 의석 구조에서 1·2당이 후보를 내도 국민의당이 손을 들어줘야 의장직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20대 국회에서 제3당인 국민의당이 가진 캐스팅보트(Casting Vote·가부동수 시 결정권)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박 원내대표는 이날 안 대표의 제안을 언급하며 “결국 우리 당 38석이 (의장을) 결정짓는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그러면서 양당에 즉각 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의 제안대로 이날 오후 4시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성사된 새누리당 정진석·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와의 3자 회동은 성과 없이 끝났다. 새누리당이 안 대표와 국민의당이 꺼내놓은 제안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회동을 마친 뒤 박 원내대표는 “ 조만간 만나 더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시간이 한참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이 중재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유투표로 국민의당 38표를 놓고 쟁탈전을 벌였을 때 더민주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원내대표 회동 직후 “국민의당이 자율투표를 제안하자 더민주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 제안을 받았다”며 “(야당들이) 당리당략과 자리 나눠먹기에만 급급함이 만천하에 공개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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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더민주는 이날 오전 중에 기동민 원내대변인을 통해 “(의장) 자유투표를 받아들이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이날 더민주 의원총회에서는 “혹시 국민의당이 우리 후보를 안 찍어주면 어쩌느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즉각 이를 진정시키는 의견이 쏟아졌다고 한다. 한 초선 의원은 “여러 의원이 ‘국민의당이 새누리당에 의장 자리를 넘겨주면 호남 표를 잃을 각오를 해야 하는데 그럴 리 없다’는 공개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냉정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자유투표를 하면 국민의당이 더민주 후보를 찍을 거란 예상은) 그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박 원내대표는 “원 구성을 더 지연시키면 그쪽(새누리당) 책임”이라고 압박도 했다. ‘당근’과 ‘채찍’을 함께 내세운 캐스팅보트 전략이다.

국민의당 "원 구성 때까지 세비 반납”

국민의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이달 1일부터 국회의장이 뽑힐 때까지 당 소속 의원들에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 세비를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반납한 세비는) 국고에 반납 조치가 된다”고 밝혔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국회의원 1명에게 매달 20일 지급되는 세비는 수당과 상여금을 합쳐 월평균 1149만원이다. 국민의당 소속 의원 38명을 기준으로 할 때 한 달에 4억원이 넘는다. 2012년 6월 새누리당도 19대 국회 개원 지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체 의원의 한 달 세비 13억6000여만원을 반납한 적이 있다.

글=남궁욱·최선욱·안효성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사진=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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