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 사건’ 피의자 3명 중 1명, 9년 전 대전서도 성폭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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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서 여교사를 성폭행한 사건으로 구속된 3명의 섬 주민 중 한 명이 과거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미제 성폭행 사건의 범인으로 드러났다. 다른 교사를 비롯한 추가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목포경찰서는 7일 “구속된 피의자 중 한 명인 김모(38)씨가 대전에서 일어난 성폭행 사건의 범인으로 확인돼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은 10년째 미제 상태였다.

당시 못 잡은 용의자 DNA와 일치
이번 사건 사전공모 가능성 커

경찰에 따르면 2007년 1월 21일 오후 10시쯤 대전시 서구에 사는 당시 20대 여성이 괴한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용의자는 초인종을 누른 뒤 집에 침입해 피해자를 때린 뒤 성폭행했다. 당시 경찰은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한 채 현장에서 유전자(DNA)만 채취해 보관해왔다. 흑산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구속된 김씨의 DNA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대전 성폭행 사건 용의자의 DNA와 일치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지난달 22일 새벽 시간대에 흑산도의 한 초등학교 관사에서 여교사를 성폭행한 김씨 등이 이번 사건도 공모하고 여죄가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까지 수사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번 사건은 흑산도를 넘어 신안군 지역에 대한 거부감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신안군청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7일 일과시간 내내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군 홈페이지가 감당할 수 있는 동시접속자 수인 256명을 넘는 네티즌이 비난 글을 작성하기 위해 몰리면서 벌어진 일이다.

신안군은 물론 섬을 낀 전남지역 다른 시·군도 이번 사건의 여파가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전남지역에는 전국 3409개 섬(유인도 487곳·무인도 2922곳) 중 65%가 넘는 2219개(유인도 296곳·무인도 1923곳) 섬이 있다. 섬은 전남의 핵심 관광 자원이다.

이 때문에 전남도도 역시 긴장하고 있다. 이낙연 전남지사의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지난해부터 본격 시작된 ‘가고 싶은 섬’ 사업이 타격을 입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해변·갯벌·산림 등 섬의 생태 자원을 보존하면서 각 섬의 고유한 문화를 상품화해 관광객을 늘리는 사업으로 오는 2024년까지 모두 24개 섬을 지정하는 장기 프로젝트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안전 대책에 큰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남도 최정희 해양항만과장은 “섬을 찾는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해 휴대전화가 연결되지 않는 지역을 줄여나가고 주요 탐방로와 해수욕장 주변에 폐쇄회로TV(CCTV)를 늘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전남지역 22개 시·군 가운데 유일하게 경찰서가 없는 지역인 신안군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신안경찰서가 신설돼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신안군의 면적은 655㎢로 서울시(605㎢)보다 약간 넓다. 바다까지 포함할 경우 서울 면적의 22배가 넘지만 경찰서가 없어 인근 목포경찰서가 관할하고 있다.

신안군과 주민들은 2007년 신안경찰서 유치위원회를 꾸렸지만 아직까지 신설 계획은 세워지지 않고 있다. 신설안은 지난해 전남지방경찰청과 경찰청을 거쳐 처음으로 행정자치부를 통과했지만 예산 문제로 기획재정부 단계에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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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교육부는 교원 안전 대책을 위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이날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시·도교육청 교원인사과장 회의에서 교육부는 이번 주까지 학교 관사에 홀로 거주하는 교원, 관사에 설치된 CCTV 현황, 방범창 설치 여부 등을 점검한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이달 말까지 CCTV와 안전벨 설치, 경찰·지자체와 연계한 안전 시스템 등 개선책을 마련한다. 도서벽지에 근무 중인 교원은 6500여 명이고 이들 중 여교사는 3000여 명이다. 전남도교육청은 향후 관사를 증축할 때 인접한 학교 교사들이 모여 생활하는 연립관사 형태로 짓기로 했다.

신안=김호 기자, 천인성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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