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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서 발주한 LNG선 2척, 은행이 보증 꺼려 무산 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SK그룹이 수주절벽에 빠진 현대중공업에 총 4억 달러(약 4700억원) 규모의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2척 건조를 맡기며 ‘백기사’로 나섰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의 채권은행들이 ‘선수금환급보증(이하 RG)’ 발급을 꺼리고 있어 계약 자체가 무산될 위기다.

현대중공업에 4700억 규모 ‘백기사’
은행측 “조선업 위기인데 ?” 부담

RG란 발주사가 조선사에 배 건조를 위해 미리 지급한 금액(선수금)이 부도 등의 사태로 떼이는 상황에 대비해 금융사가 해당 금액만큼 지급을 약속해주는 것이다. 이게 있어야 발주사는 맘 놓고 일을 맡긴다.

SK E&S는 최근 멤브레인형(LNG 화물창이 박스 형태로 배 하부에 위치) LNG선 두 척을 모두 4억 달러에 현대중공업에 발주했다. 계획대로라면 4억 달러 중 일부가 이달 내로 구조조정이 한창인 현대중공업에 전달될 예정이었다. SK는 당초 유휴 LNG운반선(전 세계 30~40척) 중 일부를 임대해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가능하면 국내 업체를 도왔으면 한다”는 최태원(56) 그룹 회장의 뜻에 따라 현대중공업에 건조를 맡겼다.

하지만 순조로울 것 같았던 LNG선 발주는 암초를 만났다. 현대중공업은 수주 직후부터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과 국내 주요 은행들에 RG 발급을 요청했으나, 은행들은 모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최근 한 국책은행도 현대중공업 RG 발급 관련 대책회의를 열었으나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측은 이날 “RG 발급은 워낙 민감한 문제여서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거래 은행들과 꾸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현대중공업을 부실기업으로 여기고 RG를 내주지 않고 있다”며 “그나마 발주사가 국내사이니 계약이 어그러지지는 않겠지만, 해외 발주처였다면 RG 발급 지연을 이유로 계약 자체를 철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은행권이 RG 발급을 꺼리는 배경에는 만에 하나 관련 책임을 묻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조선사가 위기라는 걸 뻔히 알면서 돈을 내주느냐”는 주주와 정치권의 비난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언제쯤 관련 RG가 발급될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민감한 문제인 만큼 꾸준한 검토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지금 대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수기·이태경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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