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왜관에 ‘착한가게’ 바람, 2년 만에 108개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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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3만원 이상 이웃돕기 성금을 약속하고 내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정 ‘착한가게’. 이런 착한가게가 115개나 되는 경북의 시골 읍(邑)이 있다. 칠곡군 왜관읍(주민 3만4000여 명)이다. 미용실·국수집·족발집 같은 가게가 읍내 전체에 2000개가 안 되는 곳이다. 왜관읍과 비슷한 경북 안동시 용상동(주민 2만5800여 명)엔 착한가게가 2개, 포항시 북구 용흥동(2만7000여 명) 역시 2개뿐이다. 영주시(10만6000여 명)엔 5개다.

월 3만원 이상 성금 약속한 점포
구둣방 선행 소문에 동참 릴레이

왜관읍 역시 2013년까진 착한가게가 7개뿐이었다. 그러다 2014년부터 착한가게 신청이 늘기 시작했다. 2014년 5월 왜관읍 8번째 착한가게 간판을 내건 3.3㎡ 크기의 작은 구둣방이 그 시작점이었다. 구둣방 사장은 지체장애 1급인 이종호(61)씨. 그는 소아마비로 장애를 가진 이후 20년 이상 왜관읍에서 구두 수선일을 하며 생활하고 있다. 이씨는 “작은 정성으로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착한가게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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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관읍에서 100번째 착한가게 간판을 내건 권영호(59)씨. [사진 칠곡군]

구둣방 사장이 이웃을 돕는다는 소문이 읍내에 퍼졌다. 그러자 이웃의 막창집·추어탕집·오리집 사장 등도 “우리도 돕겠다”며 착한가게를 신청해 간판을 하나 둘 내걸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엔 작은 철물점을 운영하는 중국인 부부까지 “한국의 어려운 이웃을 돕고싶다”며 착한가게 간판을 내걸었다. 지난 1일 100번째 왜관읍 착한가게가 된 권영호(59·도배업)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2년간 도배기술을 배워 지난해 창업했다. 읍내 이웃 가게들처럼 당연히 더 어려운 이웃들과 나눠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착한가게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착한가게는 7개에서 2년 만에 108개가 늘어나 115개가 됐다. 시골 동네에 불어닥친 착한가게 ‘바이러스’다. 김봉율(60) 중소상인협회 칠곡지회장은 “한 곳이 착한가게 간판을 걸면 옆집이 또 간판을 내건다. 왜관읍 상인들 사이엔 선행이 유행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칠곡군은 이들이 낸 성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받아 저소득층 학생들의 교복 구입비로 쓰고 있다.

칠곡군은 왜관읍 모든 가게에 착한가게 간판이 내걸릴 수 있도록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착한가게 릴레이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칠곡=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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