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북한의 형제국' 쿠바와 자연스럽게 수교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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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북한의 형제국’인 쿠바를 방문해 5일 양국 간 수교 문제를 논의했다. 사상 첫 외교장관회담에서 이뤄진 이번 논의는 새로운 외교의 지평을 여는 동시에 대북 압박을 한층 강화한다는 의미에서 환영할 일이다.

몇 안 남은 공산국가 중에서도 쿠바는 특별한 존재다. 세계 공산혁명의 영웅인 피델 카스트로가 1959년 이래 정신적 지도자로 군림해온 데다 그간 비동맹 운동의 리더 역할을 수행한 것도 이 나라였다. 특히 카스트로는 북한 김일성 주석과 같은 ‘세계 공산혁명 1세대’여서 두 나라는 전통적으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80년대 소련의 지원이 끊긴 이후 북한이 소총 10만 정과 1600만 달러어치 탄약을 쿠바에 무상으로 준 것도 이 때문이었다. 2013년 7월에는 북한 ‘청천강호’가 쿠바에서 소련제 미그-21 전투기와 미사일 등을 싣고 가다 파나마에서 적발된 적도 있었다.

이런 쿠바가 한국과 손을 맞잡는다면 북한의 고립감은 엄청날 것이 틀림없다. 게다가 최근 이란과 우간다 등 기존 우방까지 속속 돌아선 터라 충격은 더욱 클 것이다.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가 중요한 건 이뿐 아니다. 쿠바는 2014년에 단행된 미국과의 국교 회복 이후 중남미 어느 국가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카리브해의 블루오션’이다. 현재 양국 간 교역 규모는 6000만 달러 안팎에 그치지만 연 7% 성장을 목표로 한 쿠바 당국의 정책이 성공하면 2억~3억 달러도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한·쿠바 간 수교가 곧 이뤄지리라 낙관해선 곤란하다. 북한의 집요한 방해공작이 양국 간 밀월을 가로막을 게 틀림없다. 실제로 지난달 25일에는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쿠바를 찾아 양국 간 우호를 재다짐하고 갔다. 카스트로 역시 아직도 북한과의 관계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무리하게 수교를 추진하기보다 활발한 경제·문화 교류를 통해 분위기가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게 현명하다. 무릇 순리에 따르는 게 탈이 없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