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슬림 판사가 사건 맡으면 공정한 재판 불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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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중앙포토]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사법부와 무슬림을 동시에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

트럼프는 5일(현지시간) CBS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Face the Nation)에 출연한 자리에서 만일 ‘트럼프대학 사기 의혹’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연방판사가 무슬림이라면 공정한 재판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무슬림 판사가 재판을 맡는다면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또 다시 무슬림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12월 선거 유세 도중 알카에다가 기획한 9·11테러와 같은 참사를 막으려면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밝혀 큰 논란을 일으켰었다. 지난 1월에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록힐 유세장에서 히잡을 쓰고 침묵시위를 벌이던 무슬림 여성을 밖으로 내쫓아 비난을 사기도 했다.

트럼프 반대자들은 트럼프가 지난달에 이어 또 미국 사법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27일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유세에서 ‘트럼프대학’ 사기 혐의 사건을 담당한 샌디에이고 연방법원 곤살레스 쿠리엘 판사를 비난했다.

트럼프는 “판사가 공교롭게도 멕시코계 사람이다. 그것은 나쁠 게 없다. 멕시코 인들은 내가 일자리를 주면 결국 나를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멕시코 출신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밀입국 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경 지대에 거대한 장벽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해 물의를 빚었었다.

‘트럼프 대학 사건’은 일부 학생들이 트럼프의 부동산 투자 성공 비결을 배우려고 3만5000달러(약 4100만원)나 냈지만, 모든 게 사기로 드러났다며 제기한 집단소송이다. ‘트럼프대학은’ 지난 2004년 트럼프가 지분 93%를 투자해 설립했다. 소송 당사자들은 트럼프가 대학인가를 받지도 않은 ‘트럼프대학’에 ‘대학’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등 사기를 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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