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수능 다섯 달 남기고 터진 모의수능 문제 유출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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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 2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문제가 사전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어제 중앙일보 보도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시험을 앞두고 서울 한 학원의 강사가 언급한 내용들이 국어 영역에서 그대로 출제됐다. “고전시가 ‘가시리’ ‘동동’이 지문으로 나온다” “현대시 ‘우리가 물이 되어’에서 불의 이미지를 묻는다” “중세국어 문제가 비(非)문학 지문으로 나온다”는 내용들이다. 어떤 작품이 나올지, 어떻게 출제될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현시점에서 유출 여부를 단정할 수 없지만, 그 가능성이 제기된 것만으로 수험생과 부모들을 불안케 하기에 충분하다.

수능은 대입의 성패를 가르는 절대적인 기준이다. 정시는 물론 수시에도 강력한 영향을 끼친다. 올해 수능을 치를 60만 수험생과 그 부모들은 6월과 9월 두 차례 치러지는 모의평가의 출제경향과 난이도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만약 문제가 유출됐다면 수능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1993년 시작된 수능은 난이도나 복수정답 등 숱한 논란을 겪어왔지만 문제 유출 논란에 휩싸인 적은 없다.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가 필요한 이유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평가원이 수사를 의뢰하고 사흘이 지난 어제서야 학원 강사의 집과 차량을 압수수색했다. 사안의 심각성을 알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수능 모의평가 관리체제를 종합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문제 유출 의혹의 빌미를 제공한 건 수능에 비해 낮은 모의평가의 보안 수준이다. 모의평가 출제진 격리는 시험 종료 시점이 아니라 출제 직후 풀린다. 수능과 달리 시험지가 인쇄되고 배포되는 기간 중 출제진의 외부 접촉이 가능해 문제 유출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없다. 오는 11월 17일 수능일까지 다섯 달여밖에 남지 않았다. 수험생들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경찰과 교육당국은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