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켈리백'과 명동 '눈알가방'의 법정다툼, 승자는 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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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의 `켈리백` [사진제공=에르메스]

국내 패션 디자인 업체가 유명 브랜드의 제품과 유사하게 생긴 핸드백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제품 전량을 폐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2부(부장 이태수)는 프랑스 고가 브랜드 에르메스가 자신들의 유명 제품인 ‘켈리백’,‘버킨백’과 유사한 제품의 핸드백을 만들었다며 국내 A업체 대표를 상대로 낸 부정경쟁행위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이에 따라 A업체는 남아있는 모든 제품을 폐기하고 에르메스 측에 1억원을 배상하게 됐다.

명동에 매장을 두고 있는 A업체는 켈리백, 버켄백과 유사한 모양의 핸드백에 큰 눈알 모양의 도안을 부착한 핸드백(일명 ‘눈알가방’)을 10만~20만원에 판매했다. 이 핸드백은 TV방송과 연예인들의 SNS에 올라 큰 인기를 끌었다. 에르메스 측은 곧바로 “A업체가 켈리백ㆍ버킨백의 형태와 유사한 제품을 생산ㆍ판매해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A업체는 “해당 제품은 국내외에서 이미 유사한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며 “그 ‘형태’는 독점적ㆍ배타적인 것이 아닌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또 에르메스 측이 쓰지 않는 광택 소재와 차별성 있는 도안으로 소비자들의 구매동기를 일으켜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아울러 “에르메스는 고급 브랜드로 우리와 품질·가격·주고객층에 있어서도 차이가 확연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에르메스 가방은 약 1000만원 이상에 팔리고 있으며 이마저도 없어서 못파는 상황이라고 한다.

양측의 다툼 끝에 법원은 에르메스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눈알가방과 켈리백ㆍ버킨백을 외관상으로 혼동할 우려는 없다”면서도 “켈리백ㆍ버킨백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가방의 형태’로부터 인식되는 상품의 명성이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구매동기가 된다”고 판단했다. “눈알가방이 인기를 얻게 된 데에도 이런 독특한 디자인이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결국 A업체는 에르메스가 상당한 노력과 투자로 만든 성과물을 무단으로 사용해 부당한 이득을 얻은 것이라는 취지다. 법원은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라 A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제고들을 모두 폐기하고, 에르메스가 영업상 이익 침해로 입은 손해배상금을 1억원으로 산정해 함께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정혁준 기자 jeong.hyuk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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