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부총리와의 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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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상반기 성장률이 32%에 그쳤다는데.
▲세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는 없다. 세계경제여건이 나빠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나빴다.
그러나 미흡한 결과가 나올듯해 3월부터 대책을 세우고 7월13일에도 여러 조치를 취한 만큼 하반기에는 나아질 것으로 본다.
나아진다 해도 상반기가 나빴던 만큼 연간 6∼7%성장은 어려울 것 같다.
-앞으로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가.
▲우리경제는 정책수단에 한계가 있다. 성장과 국제수지는 상층 되는 성격이므로 하나를 잘 하려면 다른 쪽이 어려워진다.
정부의 방침은 국제수지개선에 주안을 두고 올해 경상수지 적자폭을 5억∼7억 달러로 억제하자는 것이다.
그 다음 미흡한 쪽에 손을 대자는 생각으로 주택건설촉진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주택건설계획은 정부부문에서 15만 호, 민간주택 18만 호, 합계 33만 호를 공급한다는 것이었는데 민간주택건설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부진하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안정기조의 테두리에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성장촉진을 위해 특별히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성장이 둔화되면 고용이 어려워지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성장에 치중하다보면 국제수지가 문제된다. 국제수지를 악화시키면서까지 성장을 추구할 생각은 없다.
고용문제는 금년 들어 새로 취업한 사람이 37만 명 정도 되므로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닐 것으로 본다.
상용직 대신 임시직을 쓰는 등 고용구조상의 문제는 관심을 안 가질 수 없으나 구인·구직이 소통될 수 있도록 직업알선, 실직자 재훈련을 실시하는 등으로 대처할 것이다. 예산을 동원해서라도 고용대책을 세우겠다.
-대학졸업자 등 고급 인력의 실업이 문제되고 있는데 .
▲성장이 둔화되면 어느 정도 그런 문제는 발생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자기가 종래 받던 것보다 적게 받을 각오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게 받는데는 안가겠다면 본인에게 문제가 있다.
하반기에 수출 제조업의 시설투자에도 융자가 될 것이므로 일자리가 생겨 거기서 흡수 할 여지가 생길 것이다.
기본적으로 7%성장이 안되면 안 된다는 생각은 고칠 필요가 있다. 외채를 들여오면 7%성장이 가능할지 모르나 정부도 얘기를 꺼낼 수 없고 국민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올해 성장률을 어느 정도로 보는가.
▲5∼6%수준으로 본다. 상반기에 나빴는데 하반기에 갑자기 좋아지겠느냐고 하나 상반기는 작년의 10%성장에 대한 비율이고 하반기는 작년에 5%정도였으니 상반기보다 성장률은 높아질 것이다.
-정부의 경기대책이 늦어졌다는 지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작년 1·4분기에 성장률이 높아 과열을 우려, 브레이크를 걸었던 것인데 금년엔 해외여건이 너무 나빴다. 작년 하반기이래 세계경제 둔화추세를 왜 몰랐느냐고 비난한다면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경제전망은 어려운 것이다.
-해외여건이 나쁘다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것 아닌가. 내수진작을 위해 특소세의 세율인하 등 수요촉진 책을 쓸 생각은 없는가.
▲하반기 경제가 1∼2%수준으로 간다면 몰라도 특별한 경기촉진 책을 쓸 생각은 없고 특소세를 낮춘다든가 하는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경상적자를 7억 달러로 줄이는 것도 힘겨운 일인데 내수를 진작시킨다는 것은 국제수지면에서도 어려운 얘기다. <신성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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