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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대 기술로 수직 이착륙 드론 만들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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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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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수 대표는 탄탄한 소재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직이착륙 드론 등으로 사업 분야를 넓히고 있다. [사진 전민규 기자]

처음엔 낚싯대와 골프 샤프트의 소재로 시작했지만 대형 선박용 소재와 부품에 이어 자동차·항공산업용 소재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1984년 부산에서 출발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한 한국카본의 성장 스토리다. 그 사이 거듭된 경제위기와 불황에도 견조한 성장을 이어나간 비결은 이 회사 조문수(58)대표의 끊임없는 혁신과 변화 노력이다.

한국카본 조문수 대표
낚싯대·골프 샤프트 기술 최강자
기존 사업 지키며 사업영역 확장
지난해 항공기 부품사업도 진출
이스라엘 업체와 드론 제조 협약

조 대표는 “기존 사업은 파이를 더 키우고 신규사업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올 1월 이스라엘의 무인항공기 전문회사인 IAI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수직이착륙 무인기를 제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 항공산업의 경쟁력은 소재 경량화에 좌우되고 있어 한국카본이 가장 효율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신규 산업이다.

완전히 새로운 분야로 외도하지 않으면서도 사업영역을 확장해 온 덕분에 한국카본 앞에 불황은 걸림돌이 되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안정적인 기존사업 매출에 더해 신사업으로 항공기 부품사업을 본격 추진해 25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익도 조금 더 늘었다. 현재 보잉777 플로어 판넬용 원자재 공급을 위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분야 항공기 재료 수출로는 국내 최초다.

조 대표는 “올해는 회사의 성장을 위한 또 하나의 기반을 구축하는 해”라며 “이스라엘 IAI와 무인항공기 사업을 위한 합작회사(JV) 설립에 합의했고, 일본 미쓰이(三井) 물산과는 자동차용 복합소재사업 강화를 위해 자본출자와 전략적 업무제휴를 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한국카본은 고부가가치 복합소재 개발·제조를 공동으로 진행함으로써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항공산업은 진입 문턱이 높다. 조 대표는 “이미 1990년대부터 항공기 부품사업을 시작했는데 세계 금융위기 이후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그래도 10년 이상 투자한다는 자세로 회사 내 설비와 품질보증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해 보잉에 소재를 수출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버스350의 비즈니스 클래스 의자의 몸체(백셀)도 수주해 일본 기업을 통해 수출하고 있다.

조 대표는 국내 항공산업에 대한 애착도 크다. “항공기는 한 나라의 모든 첨단산업이 연결된 결정체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이제 고고도(高高度) 무인기에 이어 차세대 전투기도 만들고 있는 시점인데 이게 제대로 되려면 소재 국산화가 병행돼야 한다.”

이런 생각에서 수직이착륙 무인기 제조에 뛰어든 조 대표는 “전반적인 설계는 IAI가 담당하고, 한국카본은 경량 소재와 하이브리드 추진시스템을 개발해 더 오래 비행할 수 있는 무인기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혁신적 도전은 한국카본의 탄탄한 기본기에서 나온다. 한국카본은 카본섬유와 유리섬유를 다루는 기업으로 카본원단인 프리프레그 생산 역사가 32년에 달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낚싯대 생산의 60%를 한국이 차지했는데, 그 중 80%의 소재를 한국카본이 생산해 세계 시장의 50%를 점유하기도 했다. 현재는 그 사업이 다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래서 신규사업으로 집중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항공기 소재와 자동차 경량화 복합소재다. 현재 미국 GM의 콜벳 ZR1 보닛은 한국카본 제품을 사용해 생산하고 있다.

한국카본의 주특기라고 할 수 있는 LNG(액화천연가스)선박 보냉재 역시 혁신을 통해 세계적인 품질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조 대표는 “LNG 가스가 직접 닿는 부분을 프리프레그로 제작해 세계 최고의 품질을 만들었다”며 “국내 조선 3사 가운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는 한국카본의 보냉재 공급 점유율이 50%에 달하고, 세계 3위인 일본의 이마바리조선소에도 보냉재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김동호 기자 dongho@joongang.co.kr
사진=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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