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통령, 야당총재 연쇄 면담의 뜻|막힌정국에 돌파구 열릴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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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두환대통령이 15일과 16일에 걸쳐 이민이신민당총재 이만섭국민당총재를 잇달아 초치, 오찬을 함께하며 시국문제에 관해 의견을 교환키로한 것은 그 형식이나 시기면에서 종전의 청와대야당대표 면담과는 매우 다르다는점에서 주목된다.
제5공화국 출범이후 전대통령은 6차에 걸친 정당대표면담을 가졌으나 대개는 순방외교등정을전후하거나 이·장사건, 아웅산사건과 같은 대사건직후에 가졌고 그형식도 민정당과 민한·국민당 또는 신민·국민당과 같이 주요정당대표들을 동시에 초청했었다.
전대통령은▲81년 2월20일 민정·민한·국민당대표에게 제1차방미성과를설명한데 이어▲81년 6월19일 아세안순방에 앞서 방문계획을 설명했고▲82년6월16일에는 이·장사건이후의 시국수습문제▲83년 10월14일에는 아웅산폭발사건이후의 민심수습책▲84년9월14일에는 방일성과▲85년 5월2일에는 제2차 미국방문결과를 설명하기 위한 정당대표면담을 가진바 있다.
이같은 일련의 면담은 모두 국가안보나 외교적 문제와 직결되는 사안이 주의제였고 다만 이·장사건때만이 순전히 국내문제로인한 것이었으며 그것도 야당의요구가 아니라 대통령자신의 결정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면담은 이민우신민당총재가 지난 총선이래 계속요청해왔고 12일 홍사덕대변인을 통해 정식으로면담요청을 한지4일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점에서 관심을 끌고있다.
전대통령이 이신민당총재의 요청을 선뜻 받아들여 이같이 조기에 면담이 실현되리라고는 최근의 여야관계나 정국분위기로 보아 기대하기 어려웠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이같이 조기에 이뤄진 것은 현시국을 대화와 화합의 정신에서 풀어보겠다는 전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항상 국가적이 어려운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여야 영수회담을통해 어려운 고비가 풀려나갔던 과거선례를 생각하면 이번 면담에서도 뭔가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면담시기가 학원안정법의입법을 둘러싸고 「강행통과」와「필사저지」 로 여야가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는 싯점이라는 점에서 학원법문제를 포함한 정치현안들이 폭넓게 논의될 것이 분명하며 청와대면담을 계기로 정국경색의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도 없지않다.
전대통령이 이신민남총재뿐 아니라 16일 이만섭국민당총재와도벌도의 오찬모임을 갖기로 한것은 비록 단독면담을 요청해 오지는 않았지만 다당제정치를 지향해온 제5공화국의 정치구도에따라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국민당에대한 특별배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것은 다른 한면으로 국민당과의 합석보다는 단독면담을 요청해온 신민당 이총재에 대한 예우로도 풀이되고 있다.
두 야당총재와의 연쇄면담으로 어느 의미로는 신민당이 강력히 요구해온여야 「영수회담」 의 형식을 갖춰주는 배려로도 해석될수 있기 때문이다.
이신민당총재가 요구한대로 전대통령과 이총재간의 단독면담이 아니고 노태우민정당대표위원이 비록배석하기는 하지만 2·12총선이후 처음 있었던 지난5월2일의 정당대표면담과는 달리 현정국의 현안으로 되어있는 개헌문제·사복권문제·학원문제·노사문제등이 이신민당총재에 의해 광법워하게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아직 대통령과 야당총재와의 연쇄면담결과에 대해 뚜렷한 전망을 내리기 어렵지만 최근의 어수선한 정국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 많은 국민들에게 일단 분명한 선이 제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분위기전환면에서도 정치적 의의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있다.
대통령과 야당총재와의 면담자체가 정치의 성숙성내지는 어떤 발전을 의미하기때문에 상당한 기대를 국민 모두가 갖고있는것 같다.
특히 학원안정법문제에 대해 아직까지 최고 통치자의 뜻이 공식 비공식적으로 표명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도 이번 면담결과가 주목되고있다.
그러나 최근 나타나고있는 정부 여당의 확고한 의지로 미뤄볼때 학원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강조가 있을것으로 추측되며 야당총재에게 시국수습을 위한 대통령의 구상도 자연스럽게 전달되어질 것으로 보여 청와대면담결과에 전국민의 관심이 과거어느때보다도 높은것 같다.<고흥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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