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정문 '일베' 인증 손모양 조형물 논란…학생들 "의도가 뭐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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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홍익대학교]

이런 걸 학교에 전시하고 있다니 너무 어이가 없네요."

지난 30일 '홍익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이런 글과 함께 사진 하나가 올라왔다. 홍대 정문 쪽에 설치된 손 모양의 조형물 사진이었다. 검지와 엄지를 모아 'O' 모양을 만들고 약지를 살짝 구부린 조형물의 모습은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 회원들이 자신을 인증하는 수단으로 흔히 사용하는 손 모양이었다.

트위터·인스타그램 등 다른 SNS에서도 해당 조형물을 직접 본 사람들의 후기가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학교 망신이다''저 조형물을 설치하는 동안 학교는 뭐한 건지 궁금하다' 등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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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홍익대학교]

확인 결과 이 조형물은 오늘부터 시작되는 홍대 조소과 야외조각전 전시품 중 하나였다. 본지 기자가 30일 저녁 찾아가보니 조형물 주변에는 작품 설명이나 작가 이름 등 캡션은 아무것도 달려있지 않았다. 지나가던 재학생들은 조형물을 보면서 "진짜 미쳤다""커피라도 확 뿌릴까?" 등 비난을 퍼부었다. 조형물에 반대하는 일부 학생들은 조형물 앞에 '투척용 계란'을 가져다 놓기도 했다.

홍익대 총학생회 측은 학내 비난 여론이 들끓자 이날 저녁 각 단과대 대표를 소집해 긴급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 직후에는 총학생회 홈페이지에 작가에게 '작품 의도를 설명해달라'는 공식 요청서를 게시했다. 류종욱 홍익대 총학생회장은 "예술 작품으로 전시된만큼 작가의 의도가 파악될 때까지는 조치없이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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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 조형물. 윤재영 기자

'일베 조형물' 논란이 커지면서 몇몇 네티즌 사이에서는 "작가가 조형물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준비 중이다''조소과에 문의했는데 작품 의도를 궁금하게 만드는 게 원래 작가의 의도라더라' 등의 소문도 퍼졌다. 하지만 아직 이 조형물을 만든 작가의 의도는 파악되지 않았다.

홍익대 역사교육과에 재학 중인 윤영빈(26)씨는 "의도가 어찌됐든 학교를 상징하는 정문 앞에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일베의 상징물을 전시한다는 건 학교 전체에 피해를 입히는 행위"라고 말했다.

윤재영 기자 yun.jae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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