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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돔인의 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로크·허드슨」을 아는 사람들은 요즘 신문에 소개된 그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을 것이다.
쾌걸·미남의 풍모는 고사하고 방금 사지에서 나타난 사람의 몰골을 하고 있었다.
그는 지금 UCLA 메디컬 센터에 입원중이다.
이름하여 AIDS(후천성 면역 결핍증) 환자.
그 병명과 함께 공연히 동성애자라는 망측스런 사실까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아뭏든 「허드슨」의 표정을 본 미국 사람들은 요즘 AIDS공포에 휩싸여 있다.
뉴욕타임지는 커버 스토리로 장식까지 했다.
AlDS환자가 세계 의학계에 처음으로 보고된 것은 4년 전이었다.
지금 미국엔 확인된 환자만 1만2천명이 있다.
이 가운데 30%가 남자들이고, 3세이하 어린이들도 12%나 된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사실은 50만, 어쩌면 1백만명의 미국인들이 그 보균자일 것이라는 추산이다.
어떤 권위지는 미국인의 5∼10%가 AlDS 바이러스의 항체를 갖고 있으며 향후 5년안에 환자로 노출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
발병의 원인은 아직 분명치 않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동성애자, 마약중독자, 성생활 문란자에게 그 환자가 많다는 것이다.
지난 83년 파리의 파스퇴르연구소 「L·몽타니에」박사는 문제의 AlDS 바이러스를 찾아냈다.
그 이듬해 미국 국립암연구소 「R·갈로」박사는 바이러스균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 순간까지도 면역학자들은 『AIDS에 관한한 우리의 사전엔 치료라는 말이 없다』는 절망적인 말을 하고 있다.
『세기의병』, 『소돔(신의 저주를 받은)인의 형』이라는 악명은 그래서 붙인 이름이다.
면역학자들은 바로 AIDS바이러스의 돌연변이를 어떻게 분석하느냐를 최후의 과제로 삼고 있다.
그 바이러스는 마치 인플루엔저바이러스 모양으로 백번, 천번의 변형을 거듭하고 있다.
그 변형 속도만큼 빠른 바이러스는 다시 보기 어렵다고 할 정도다.
따라서 왁친을 만들어내도 그 표적이 되는 바이러스는 벌써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바이러스에 무슨 막을 뒤집어 씌워 꼼짝못하게 하는 일이다.
학자들은 5년안에 그런 연구가 성공할 것이라고 낙관한다.
그러나 낙관에 안도하기 보다는 원천적인 면역의 길을 찾는 일이 더 쉽다.
절도와 품위 있는 생활, 청결한 생활을 지켜가는 일이다.
요즘의 시속은 보면 이런 얘기들은 맨 남의 나라 얘기일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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