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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첫 홈런에도 침묵하던 동료들 "빅리그의 짓궂은 홈런 신고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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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리그 데뷔 첫 홈런을 친 김현수가 동료들의 환호 없이 홀로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사진 MBC 스포츠 중계화면 캡쳐]

올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현수가 첫 홈런을 쏘아 올렸다. 4대4 동점상황에서 터진 극적인 결승 홈런이었다. 시범경기 부진, 마이너리그 거부권 행사로 우여곡절 많았던 당사자에게 그 어느 때보다 감격스러운 홈런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베이스를 돌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김현수를 팀 동료들은 싸늘한 침묵으로 맞이했다. ‘동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만큼 의아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김현수는 ‘뭔가 알고 있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헬멧을 벗고 장비를 풀었다. 아니나 다를까 동료들은 동시에 해바라기 씨와 물을 뿌리며 김현수의 빅리그 첫 홈런을 축하했다. 일부 동료들은 허리를 숙이는 ‘동양식’ 인사를 하기도 했다. 다름 아닌 메이저리그의 짓궂은 ‘전통’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신인이 데뷔 첫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왔을 때 처음엔 관심을 두지 않다가 한꺼번에 축하를 해주는 문화가 있다. 메이저리그의 문화를 잘 모르는 신인을 향한 짓궂은 장난이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외국인 선수를 대상으로 비슷한 홈런 뒤풀이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공교롭게도 김현수는 이러한 전통을 알고 있었다. 볼티모어 지역 언론 ‘볼티모어 선’의 에두아르도 엔시나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김현수가 이미 한국에서 더그아웃 침묵 신고식 영상을 봤다"고 전했다. 홈런직후 동료들의 무관심에도 김현수가 미소를 잃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즌 초반 눈칫밥을 먹으며 평범한 땅볼에도 전력질주로 내야 안타를 만들어내던 김현수다. 점차 ‘타격기계’의 면모를 찾아가는 그가 때린 통쾌한 홈런은 수많은 국내 팬들이 기다려왔던 순간이었다.

▶관련 영상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의 리치쉐이퍼(Richie Shaffer)가 지난 시즌에 기록한 본인의 메이저리그 첫 홈런 장면이다.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그를 무시하는 동료들 앞에서 허공에 하이파이브를 하고 포옹을 하는 익살스러운 몸동작으로 화제가 됐다.

김기연 인턴기자
kim.ki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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