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해고방법밖엔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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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노동부장관이 국내1백3개 대기업과 경제단체들에 공한을 보내 경영합리화를 명분으로한 근로자들의 무더기 해고가 없도록 촉구했다.
노동부의 이같은 공한은 올들어 국내 대기업체들에서 해고된 근로자가 5천명을 넘은데 따른것으로 보도되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고용시장이 불안정해지고 실업이 우려할만한 속도로 늘어나는 추세에 비추어 하반기이후 경제의 최대 과제는 국제수지와 함께 고용 실업문제가 될것이 분명하다.
그런 조짐은 이미 상반기부터 부분적으로 나타났다. 노동부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4월까지 지속적으로 고용감소율이 높아진 반면 신규입직율은 4.3%로 전년동기비 0.8%가 낮아졌다. 이에따라 전산업 근로자수도 1년전보다 8만여명이 줄어들었다.
경기와 고용은 언제나 밀접한 상관관계에 있기때문에 경기가 나빠지면 실업이 느는것은 어느면에서 불가피하다. 이미 5천여명을 감축한 10대기업들이 하반기에 들어서도 대량감원을 계속하지 않을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상황이다.
경기의 동향을 보건대 섬유 신발 합판등 수출부진에서 시작된 감원이 건설 조선등으로 점0차 확산되고있고 하반기 이후에는 해외건설부문의 침체로 대량의 해외파견인력이 귀국할 경우 실업문제의 심각성은 크게 증폭될것 또한 분명하다.
이처럼 국내 노동 시장의 조건은 앞으로도 개선또는 호전되기보다는 그 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사정을 더 가속화시키는 특수요인도 복합되어 있다. 그것은 이른바 산업구조 조정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또는 마찰적 실업이다. 현재의 산업구조가 단수한 경기적 실업이라면 오히려 그 대응은 상대적으로 손쉬울지 모른다. 그러나 앞서 제반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거기에다 저인플레경제에 적응하려는 감량경영의 확산까지 겹쳐 있어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고용윤리를 강조하는 공문만으로 문제를 해결할수 없음을 인식해야 할것이다.
우선 경기침체에 따른 이른바 경기적 부업에 대해서는 그 단기적성격에 알맞게 경기부양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전면적인 경기활성화가 어려운 환경이라면 제한적이나마 재정을 주축으로한 내수중심의 경기대책이 실업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수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계획보다 밑돌 전망이라면 추경을 포함하여 재정활동을 경기대책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을것이다.
부실산업의 정리와 산업구조 고도화에 따른 구조적 마찰적 실업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노동이동을 촉진할수있는 직업훈련과 교육등 제반 정책노력을 강화함으로써 장래의 실업증가를 예방해야 할것이다.
당면한 대량해고문제는 비록 감량경영이 불가피한 경우라해도 일방적 일시적 해고가 없도록 행정지도하고 근로시간 조정, 교대근무제실시, 법정휴가제 활용등 감원요인을 최대한 홉수함으로써 노사간의 협조를 증진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용자는 대량해고만이 경영합리화의 유일한 수단이기보다 안정적 노사협조가 더 장기적인 경영안정과 생산성증대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인식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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