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살이 팍팍한데 술·담배 지출만 늘었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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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의 벌이가 물가상승률조차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경기 부진에 취약한 저소득층의 타격이 크다. 급속한 고령화에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소비심리도 위축되며 씀씀이 역시 늘지 않고 있다. 가계지출에서 늘어난 건 술·담배, 그리고 세금이다.

1분기 실질 가계소득 -0.2% 뒷걸음
경조사비 -3.3%, 기부금도 -2.8%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에 따르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55만5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0.8% 증가했다. 1분기 물가가 오른 폭(1.0%)에도 못 미치며 실질소득은 뒷걸음질(-0.2%)했다. 실질소득은 지난해 4분기(-0.2%)에 이어 두 분기 연속 감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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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김이한 정책기획과장은 “고용 둔화로 근로소득 증가율이 떨어지고, 저금리에 이자소득 같은 재산소득이 줄어든 게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경기에 찬바람이 불면 임시직·일용직이 많은 저소득 가구가 먼저 타격을 받는다. 소득에 따라 5분위로 나눌 때 하위 20%인 1분위(-2.9%), 그 위 20%인 2분위(-0.9%)는 소득이 줄어든 반면 3분위(1.1%), 4분위(0.9%), 5분위(1.8%)는 소폭이나마 늘었다.

벌이가 신통치 않으니 지갑도 닫혔다. 월평균 지출은 352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5% 증가했다. 역시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마이너스다. 가계지출 중 소비는 지난해 4분기 정부의 각종 촉진책에 힘입어 1.7% 증가했던 것이 올 1분기에는 0.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른바 ‘소비절벽’이 현실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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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도 지출이 늘어난 대표적인 품목은 담배(30.6%), 주류(8.3%)다. 가격이 오른 데다 소비도 늘면서다. 주류는 소주 출고가 인상 등이 영향을 줬고, 담배 역시 지난해 세금이 오른 여파가 시차를 두고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해 1분기에는 가격 인상 전 ‘사재기’ 등으로 실제 인상 폭만큼 지출이 늘지는 않았는데 올 1분기에는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월세 가구가 늘면서 주거비(10.3%) 지출도 큰 폭으로 늘었다. 어쩔 수 없이 내야 하는 세금(경상조세, 5.1%)과 사회보험(3.5%), 연금(3.4%) 지출도 증가했다. 대신 가계는 경조사비 등 가구당 이전지출(-3.3%), 기부금 등 비영리단체 이전(-2.8%)을 줄였다.

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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