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시진핑과 통화 가능” “자신 비전 보여준 적 없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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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전문가 10인 SWOT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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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왼쪽)과 황교안 국무총리가 26일 오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 개막식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김상선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17년 대선을 향해 달리는 열차에 사실상 몸을 실었다. 이제 관심은 ‘세계 대통령(유엔 사무총장)’을 10년 지낸 외교 베테랑 반 총장이 ‘대선주자 반기문’으로도 성공할 수 있을지다. 근접한 답을 얻기 위해 ▶역대 정부의 핵심 인사 ▶주요 정당의 전·현직 의원 ▶정치·외교학자 ▶여론조사 전문가 등 10명의 의견을 들어 ‘SWOT(강점·약점·기회·난관) 분석’을 해봤다.

◆S(strength·강점)=10명 중 6명이 장점으로 국제 무대에서의 경험을 꼽았다.

| 강점은 대북 문제와 외교 분야
세계적 명성에 유권자들 몰려

민정치컨설팅 박성민 대표는 “시진핑·푸틴에게 전화할 수 있는 정치 지도자가 몇 명이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리얼미터 권순정 조사실장도 “여론조사를 하면 반 총장과 관련해선 ‘대북·외교 분야가 강점’이란 응답이 많다”고 전했다.

이런 현상을 서울대 송호근(사회학) 교수는 “‘카리스마 있는 차기 지도자’가 없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세계적 관심을 받는 사람에게 몰리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서울대 박원호(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일단 충청 출신(충북 음성)이란 게 큰 장점”이라며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부 장관을 지낸 것도 야당 지지자들에게 호소할 만한 요소”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당선자는 “기존 정치권과 무관한 새 인물이란 이미지가 강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원종 전 정무수석(김영삼 정부)이나 김병준 전 정책실장(노무현 정부)은 장점에 대해 “언급할 게 없다”고 말했다.

◆W(weakness·약점)=8명의 전문가가 “정치 경험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약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 정치경험 없다는 게 가장 큰 약점
기존계파 무임승차론 당선 어려워

이 전 수석은 “반 총장이 ‘상사’에게 잘한다는 건 입증됐지만 국민을 향해 자신의 경제·사회적 비전을 보여준 적은 없다”며 “정치는 윗사람이 아니라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세연(3선) 의원도 “바깥에서 보는 정치와 매 순간 정치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현실정치는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영삼 정부 말 화려하게 영입됐으나 정치권에선 빛을 보지 못한 이수성 전 국무총리 등 ‘구룡(九龍)’ 시절을 복기해보라고 했다.

친박계가 반 총장에게 눈독을 들이는 현실이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대통령이 낙점해 당선된 인물이 없다”(이철희 당선자), “기존 계파에 무임승차해 대통령이 된 경우는 없다”(국민의당 이상돈 당선자) 등이다. 유엔 전문가인 고려대 이신화(정치외교학) 교수는 “정치적 추진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반 총장의 안타까운 측면”이라고 말했다. 또 “특유의 모호한 화법이 정치인으로선 문제가 될 것”(박성민 대표)이란 지적도 나왔다.

| 새누리에 대선주자 없다는 건 기회
청문회 등 검증 안 거쳐 난관 예상
작은 악재에도 지지율 요동 가능성

◆O(opportunity·외부의 기회)=그럼에도 불구하고 반 총장은 ‘대선 기대주’라는 데 전문가 대부분이 동의했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국제·국내 정치적 환경이 모두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 정치와 관련해선 “100년 전과 비슷하게 한반도 주변 강국들이 패권주의로 흐르고 있다. 이런 점이 반 총장에게는 좋은 환경”(김세연 의원)이라고 했다. 이상돈 당선자도 “‘북한에 대화 채널이 있다’고 강조하는 것 자체가 이런 외부 요인을 스스로 의식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치적으론 새누리당의 혼란상이 반 총장에게 유리하다는 시각이 많았다. 박원호 교수는 “가장 중요한 상황은 새누리당에 대선주자가 없다는 것”이라며 “여당에서 반 총장을 ‘비상 구원투수’로 투입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T(threat·외부의 난관)=반 총장은 그동안 정치권의 검증을 받은 적이 없다. 장관이 될 때(2002년)는 국회 인사청문회제도가 없었다. 이 때문에 김병준 전 실장은 “야당의 검증이 시작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엄밀하게 따지면 유엔 총장도 자기 힘으로 된 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철희 당선자도 “검증이 시작되면 반 총장이 다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한국에선 대선 후보가 못 됐을 것이다. 한국 정치의 문턱은 유난히 높고 뾰족하다”(송호근 교수)는 충고도 나왔다. 권순정 실장은 “위안부 협상 지지 발언을 했을 때를 보면 다른 주자들에 비해 작은 악재에도 뚝 떨어지곤 한다”며 “지지층의 ‘충성도’가 그만큼 약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기사
① 반 총장, 제주포럼 만찬까지 늦추면서 대선 질문 일일이 답변
② 반기문 "총장 임기 종료 뒤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일 할 지 결심할 것"


대선후보 반기문 SWOT 분석

Strength 강점
새로운 인물 이미지와 높은 인지도
충청 지역 기반, 대북·외교·통합 분야의 적합도
지역 갈등 등 협소한 국내 정치 담론의 확장 기대감

Weakness 약점
정치·선거 경험 없는 외교관 출신
경제·민생·사회 문제 등 능력 미검증
고령, 특정 당 선택 후 반대 진영 이탈 가능성

Opportunity 기회
통일 이슈·북한 급변사태 시 기대 효과
여당 내분 상황에서 유력 주자 부재
경제 악화 상황 속 외교 이슈 부상 가능성

Threat 난관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해 온 약한 지지층
검증 과정 거치지 않은 상태의 돌발 악재
여당 내분 진정 시 대선 주도권 상실 가능성

※도움 주신 분들 (분야별 가나다순)
▶전직 청와대 인사: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
▶국회의원: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국민의당 이상돈 당선자, 더민주 이철희 당선자
▶학계: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 교수,송호근 서울대 사회학 교수,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 교수
▶여론 전문가: 권순정 리얼미터 여론조사실장,박성민 민컨설팅 대표

글=남궁욱·강태화·안효성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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