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의 하반기 경제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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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개발연구원 (KDI) 은 현재의 수출부진과 투자위축을 타개하기 위해 환율· 재정의 적극운용과 투자환경의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우리는 KDI의 이 같은 정책권고가 시의에 맞고 대체적으로 문제의 핵심에 접근한 타개책으로 평가한다.
무엇보다도 이 정책권고는 현재의 경기침체가 수출의 부진이라는 외생요인 뿐 아니라 전반적인 기업·투자환경의 불투명이라는 내재적 요인에도 크게 영향받고 있음을 외면하지 않고 있다. 전통적으로 이론취향에 기울여온 KDI가 이처럼 경제외적인 변수들까지 정책고려에서 배제하지 않는 점은 이례적이나 보다 현실에 근접하려는 하나의 시도로 평가해도 좋을 것이다.
올해의 경기침체는 그 구성요소가 매우 다양하여 단순히 수출부진과 긴축정책의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 구조적으로도 산업효율의 저하와 부실화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대기업여신규제와 국제사건 등이 잇달았고 정치상황과 노사문제 등 제반사회적 환경조차 투자여건을 불리하게 만들어온 것이 저간의 사정이다.
따라서 현재의 경기침체에 대응하는 수단은 투자활동과 연관된 이 같은 경제외적 환경의 개선을 함께 추구해야 실효 있는 대응책이 될 것이다.
또 하나의 중요변수인 수출은 대외여건이 나쁜 한계를 안고 있으나 가능한 국내적 수단을 망라하여 부진을 타개해야하며 환율의 신축적운용은 빼놓을 수 없는 정책수단이다.
이미 정부는 2·4분기부터 다각적인 수출지원책을 강화하고 있고 환율도 실세화쪽으로 운용해왔다. 두 차례의 수출금융 융자단가이상과 설비금융의 확대가 이루어졌고 각종 절차간소화와 투자세액공제 등 다양한 금융· 조세지원책이 보강되어 하반기에는 점차 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환율은 6월말 현재 5.6%를 실세화했으나 수출업계에서는 여전히 과대평가되어 있음을 주장한다.
이 문제는 다른 부문의 파급영향이 크기 때문에 공시적 정책천명 보다는 신축적으로 실세화를 유지한다는 자세의 견지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다행히 미국의 달러화가 하반기부터 약화되는 움직임을 보이고있어 실세화유지가 상반기보다는 적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재정운용에 있어서는 KDI의 건의대로 경기 향배를 보아가며 추경을 경기대책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올해와 내년의 세입전망이 경기때문에 불투명한 점을 미리 고려해서 과도한 적극운용으로 적자확대가 나타나지 않도록 신중하게 다루어야 할 것이다.
투자환경이 개선되고 설비자금공급이 원활해지면 하반기투자는 회복될 가능성이 있으나 문제는 부실산업이다. 경제의 흐름에 크나 큰 누출구를 형성하고 있는 부실산업이 정리되지 않는 한 통화공급의 증가나 경기대응책들이 실효보다는 부작용을 확대하는데 더 기여할 것은 자명하다.
이 문제는 하반기 경기대책의 성패를 가름하는 최대변수임을 다시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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