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운전실에 가족 태운 기관사 대기발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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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부산교통공사 콜센터에 보낸 문자메시지. [사진 제보자]

부산도시철도 3호선 지하철의 기관사가 사전 허가없이 운전실에 가족과 외부인을 태우고 운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일 오후 부산 강서구 3호선 지하철 출발역인 대저역에서 지하철을 탄 김모(45)씨. 기관사 A씨(50)가 특정인을 언급하며 1호차로 오라고 하는 안내방송을 들었다. 방송 후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 3명이 1호차로 향했다. 김씨는 운전실에서 나온 A씨가 이 여성들을 운전실로 데리고 가는 모습을 봤다.

김씨는 곧바로 부산교통공사 콜센터(1544-5005)에 “열차 운전실에 여자 3명을 태우고 기관사가 운전하는데, 무슨 일이냐”고 항의하는 문자메시지를 3차례 보냈다. 그 결과 김씨는 “여자들은 기관사의 자녀고 집에 가져다줄 것이 있어서 운전실로 불렀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와 전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김씨는 “수많은 지하철 승객의 목숨과 안전이 걸린 문제 아니냐. 콜센터가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김동환 부산교통공사 고객홍보실 과장은 “최근 부산 지하철 기관사 자살 사건이 있어서 기관사가 걱정하지 말라는 뜻에서 아버지 직업 체험을 위해 딸 2명과 딸의 친구를 운전실에 태운 것 같다”며 “하지만 규정상 외부인이 운전실에 동승하기 위해서는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 문제”라고 해명했다.

김 과장은 “A씨도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고 있다”며 “23년차 기관사로서 운행 상 다른 장애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규정위반이어서 대기발령 조치하고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징계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강승우 기자 kang.seu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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