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찰 부자는 IT 기업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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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미국의 현찰 부자 기업 가운데 톱5가 정보기술(IT)회사들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간) 신용평가회사 무디스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말 기준 미 기업의 현금자산은 1조7000억 달러(약 2025조원)에 달했다”라고 보도했다. 현찰 부자 1~5위는 애플·MS·알파벳·시스코·오라클이었다. 이들 기업이 보유한 현금자산은 모두 5040억 달러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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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는 “톱5가 보유한 현찰은 전체 현금자산의 30%에 이르는 규모”라며 “상위 50개 기업의 현금은 1조1000억 달러로 전체의 절반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기업 사이에서도 현금자산의 집중화가 심하다는 얘기다.

애플·MS·알파벳·시스코·오라클 순
법인세율 낮은 해외에 대거 비축

IT 기업이 상위 5위를 모두 차지하기는 역사상 처음이다. FT는 “세금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미국 세법에 따르면 다국적 기업들의 경우 해외에서 번 돈을 미국으로 보낼 때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그 바람에 해외 사업 비중이 큰 IT기업들은 미국 국외에 막대한 현금 자산을 비축해두고 있다.

예를 들어 애플은 현금 216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체코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2087억달러)보다 많은 돈이다. 애플의 현금자산 가운데 93%가 해외에 비축돼 있다. FT는 “미국 기업 전체 현금 자산 중 70% 정도인 1조2000억 달러가 해외에 저장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기업은 법인세율이 낮은 벨기에 등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해외에서 번 돈을 비축해 놓고 있다. 버뮤다 등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paper company)를 세워 현금을 저장해 놓는 경우도 있다.

미 기업의 해외 현금자산은 이미 대선 이슈가 됐다. 민주당 경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경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미 기업들이 해외에 쌓아놓은 현금을 모두 들여오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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