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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강남역 살인사건은 '묻지마 범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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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초경찰서를 나서는 피의자 김모(34)씨. [뉴시스]

경찰이 '강남역 살인사건'의 원인을 '묻지마 범죄'로 규정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2일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브리핑을 열고 강남역 인근 노래방 화장실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모(34·구속)씨에 대한 심리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지난 19~20일 권일용 경찰청 범죄행동분석팀장(경감) 등 5명의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김씨에 대한 심리분석을 진행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3~2007년 사이에 성별에 관계없이 "누군가 나를 욕하는 것이 들린다"고 주장하는 등 피해망상 증세를 보였다. 이 때문에 김씨는 6회에 걸쳐 10여차례 정신과에 입원하기도 했다. 올해 1월초 퇴원 후에는 약물 복용을 중단해 망상이 심해진 상태였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2년 전부터는 피해망상이 "여성들이 자신을 견제하고 괴롭힌다"는 내용으로 변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지난 5일 서빙업무를 하던 식당에서 위생이 불결하다는 지적을 받고 7일부터 식당 주방보조로 옮겼는데, 이를 여성이 자신을 음해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범행을 일으킨 배경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경찰은 "망상적 사고를 갖고 표면적 범행동기, 피해자와의 직접적인 관계 없이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볼 때 이 사건은 '묻지마 범죄' 중 조현병(정신분열증) 유형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목적에 비해 계획이 체계적이지 않다"는 점 역시 묻지마 범죄의 특성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김씨가 외아들로서 부모와 거의 대화가 없는 등 가족과 단절된 생활을 했다"며 "청소년기부터 대인관계 기피 등의 이상 증상을 보였고 2008년 이후부터는 1년 이상 씻지 않거나 노숙생활을 하는 등 기본적인 자기 관리 기능이 손상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17일 0시 33분 서울 강남역 인근 노래방의 남녀공용 화장실에 들어가 있다가 약 30분 뒤인 오전 1시 7분 화장실에 들어온 첫 여성인 A(23)씨를 흉기로 살해했다.  경찰은 "평소 여성에게 무시당해 범행했다"는 김씨 진술을 언론에 밝혔고,  김씨가 화장실에 대기하면서 남성 6명은 그냥 보낸 사실이 전해지면서 '여성혐오 범죄'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후 강남역 10번 출구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피해 여성에 대한 추모열기가 확산됐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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