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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문화cafe] 힙합 추는 피터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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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면

현대 무용의 최신 트렌드는 '영역의 넘나듦'이다. 발레와 탱고, 혹은 고전적인 춤사위도 뒤섞인다. 특히 유럽 무용계의 이종결합은 가장 활발하다. '댄스 시어터(Dance-Theater)'란 말처럼 무용인지 연극인지 혹은 비디오 아트인지 도통 구분하기 힘든 무대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내 무용계는 조금 다르다. 연극과 무용의 기존 장르를 해체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기란 아직 요원해 보인다. 장르간 벽은 여전히 두텁다. 무용간 영역을 오고 가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14~15일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무대에 오르는 '닻을 내리다-피터를 위한'이란 무용 공연은 특이하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피터팬(남현준)과 피터팬 그림자 역(황태연)을 힙합 댄서가 맡는다. 우리가 '무용한다'고 말할 때 흔히 떠오르는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하고 특정 무용단에서 활동하는' 것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이들은 댄서로 TV 광고에도 몇 번 나온 적이 있다. 안무가 김윤정(37)씨는 "꺾임의 동작이 필요했다. 관절을 잘 활용해 분절적인 동작을 하는 데엔 힙합 댄서가 더 적합하다"며 이들을 기용한 이유를 설명한다. "스피드도 매우 뛰어나다. 전체적인 무대의 속도감을 내는 데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기존 무용수가 아니라고 이들의 실력을 깎아내리는 건 정말 권위적인 사고"라고 덧붙였다.

같이 작업하면서 어려움은 없었을까. "본래 힙합 댄서에게 중요한 것은 '개인'이다. 그러나 무용 공연에선 각자의 화려한 테크닉보단 전체 구성이 훨씬 본질적이다. 조금만 자제해 주고, 흐름을 잃지 않기를 끊임없이 주문했다."

안무가 김윤정씨는 1993년 네덜란드로 유학을 떠나 현재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그녀의 창작욕과 패기는 평단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겉은 활달하게 포장돼 있으나 내용은 누구보다 진지하다"('몸'지 편집장 최해리), "그녀의 드라마는 밖으로 확연하게 표출되는 것이 아니라 춤 속에 숨어 필요할 때마다 그 모습을 드러낸다"(무용평론가 장광렬). 기억하지 않으면 피터팬은 죽은 것이라고 역설하는 이번 공연을 통해 김씨는 국내 무용계의 신선함을 안겨줄 피터팬이 될 수 있을까. 02-2263-4680.

최민우 기자

*** 공연

◆ 사운드 오브 뮤직

2월5일까지

성남아트센터

화목금 7시30분,수토 3시 추가,일 2시30분·7시.종교와 국경을 초월한 사랑이야기.신시뮤지컬컴퍼니.2만∼6만원.1588-7890

◆ 소풍

18∼22일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수목금 7시30분,주말 3시·6시.천상병 시인의 일대기.2005 서울연극제 우수상수상.양정웅 연출.1만2000원∼2만원.02-744-7304

◆ 릴-레-이

19∼29일

아르코 예술극장 소극장

오후 7시30분,토 3시·6시,일 3시.연쇄 강간 살인사건을 다룬다.서재형 연출,한아름 작.1만2000원∼2만원.02-744-7304

◆ 사랑에 관한 일곱개의 변주

19,20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7시30분.세종대 장선희 발레단이 사랑 음악에 발레를 접목.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황재원,임혜경 참여.2만∼5만원.02-3408-3280

◆ 뮤지컬 천상시계

31일∼2월12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오후 7시30분,토 3시·7시,일 3시.조선의 천재 과학자 장영실이 주인공.나문희·최종원 출연.2만∼7만원.02-741-5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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