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서울의 면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서울의 역사문화유적들이 본격적이고 체계 있게 발굴, 복원될 모양이다.
2일 문공부와 서울시가 공동으로 발표한「서울 고도 민족문화유적 종합복원계획」은 모처럼만에 보는 성의를 담고있다.
올해부터 7년 동안 무려 5백19억원을 들어 추진될 사업에는 암사동의 신석기 유적과 석촌·방이·풍납·몽촌 등 백제문화 사적의 복원, 정비가 포함돼있다.
이들 문화유적들은 이미 단편적으로 발굴, 조사된바 있어서 그 역사·문화적 가치가 주지되고 있기는 했으나 이 지역개발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적잖게 문화유적의 훼손을 초래함으로써 학계의 실망과 함께 말썽을 빚어왔던 것이 그간의 사정이었다.
우리 선조들이 남긴 역사 문화유적은 민족의 자산인데 개발의 불도저로 이를 분별없이 훼손해온 것은 부끄러운 행적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 정부가 뒤늦게나마 문화재를 복원, 정화에 착안하여 민족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여줄 일대 사업에 착수하기로 한 것은 그 점에서도 고무적인 일이 아니다.
그것은 한반도 문명 발상지의 한 거점을 민족문화의 기념지로 삼는 의미 이외에 수도 서울을 전통 있는 문화도시화 한다는 뜻을 반영하고 있다.
현대적 산업사회의 전개에 따라 오늘의 도시는 흔히 살벌하고 무성격한 인구과밀처가 되어가고 있다.
서울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무질서한 도시개발과 과다인구로 메마르고 삭막한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때문에 우리의 서울을 문화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풍만한 도시, 인간적 삶에 적합한 장소로 만드는 것은 우리의 중요한 과제다.
더우기 88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서울을 품위 있는 국제적 문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결국 서울의 문화 유적을 되살려 역사 문화 공원화 한다는 것은 오늘의 서울을 현대 문화 도시화하여 모범적인 인간의 도시로 만든다는 뜻이 된다.
그같은 사업을 정부가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 행정력을 동원해 의욕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같은 중요한 대사업의 추진에는 또 합리적이고 치밀한 사업추진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선 문화유적의 발굴, 복원 사업은 충분한 시간여유와 함께 신중한 조사사업이 선행되어야한다. 사적 공원화가 중요하지만 먼저 학술조사가 철저해야 하며 문화유적의 보존에 초점이 맞추어져야겠다.
도로로 절단된 고분군을 연결하는 것은 좋으나 그 과정에서 기괴한 설계로 바꿔는 일은 없어야겠다.
또 이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는 주변에 들어서 있는 주택들과 아파트단지 등의 철거와 폐쇄가 전제되는 만큼 행정부처와 해당 주민들의 원만하고 유??없는 합리적 절충노력이 이루어지기를 아울러 기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