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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사보완·분산유물 수집도 함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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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부는 2일 석촌 고분군 등 서울의 한강유역에 산재해 있는 백제 고도와 사적지의 대대적인 정비 복원을 내용으로 하는「서울고도 민족문화유적 종합복원계획안」을 확정, 발표했다.
이 계획안은 ①백제조의 왕릉으로 추정되는 석촌동 고분군과 ②백제시대의 석실고분으로 보이는 방이동고분 ③백제초기 토성의 하나인 몽촌토성과 ④타원형으로 된 풍납토성, 그리고 ⑤암사동에 있는 신석기시대 선사주거지 등의 복원을 총 5백19억원의 정부예산을 들여 91년까지 완성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정부는 이와같은 백제 고도의 복원 의의는 수도 서울을 독창적인·민족문화도시로 가꾸어 역사 복원을 통한 민족사적 정통성을 고취하고 국민에게 문화시민의 긍지를 심어주며 청소년들에게 역사의 산 교육장을 제공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무덥고 짜증스런 요즈음 장마철을 보내고 있는 시민들에게 모처럼 후련하고 공감이 가는 쾌보요 청량제였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다. 그 이유는 솔직이 말해 백제의 마지막 국왕 의자왕이 라·당연합군에 패망한 7세기이래 통일신라·고려·조선왕조로 내려가는 1천3백여년간 백제문화는 묻히고 방치되어 역사의 고아로 버려져 왔기 때문이다.
백제조의 문화재와 유물들이 전래해온 과정을 보더라도 어떤 것은 개인의 소유로 일부는 대학에서, 일부는 박물관의 소장으로 산산이 흩어져 있고, 어떤 유품들은 일본에 보존되어 가히 그 명맥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처참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뿐인가. 해방 후 이름난 석학들과 역사학회가 집대성했다는 한국사를 보더라도 6백여년의 찬란한 문화를 누린 백제 왕조사는 무슨 이유인지 불과 수페이지로 요약, 처리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설움받고 묻혀 있던 백제사와 문화유적이 정부의 지원으로 발굴, 복원, 보수돼 햇빛을 보게 된다니 어찌 반가운 일이 아니겠는가.
백제문화 유적지 복원계획이 갖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의의는 제5공화국이 국민들을 끌고 가는 정신적 지표로 내세운『극일』 의 방향에 부합된다는 사실이다. 오늘의 국제사회에서 경제대국과 1등 국민이라 뽐내는 일본문화의 루트는 그 90%가 백제문화인 것이다. 멀지않아 초·중·고학생들의 수학여행단까지 밀려올 일본인들에게 자기조상의 문화뿌리의 산 현장을 보여주고 그들로 하여금『한국은 일본의 머더 컨트리』라는 사실을 머리속에 인식시켜 보내는 것이야말로 속 후련한 극일의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한 전제 하에서 모처럼의 대업을 구상, 시행하려는 정부에 즉흥적이나마 몇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로 이번 백제유적지 복원을 계기로 정부는 백제사의 보완 편찬과 분산된 유물찾기 운동을 거국적으로 전개하도록 제언한다. 역사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느끼는 일이지만 학자들조차도 백제문화를 연구하려하면 그 문헌, 그 유품 등 사료의 빈곤함에 실망한다.
따라서 모처럼 뜻있는 정부의 백제문화 발굴작업에는 국민 누구나가 아쉬워하는 역사의 보완과 앞으로 신설전시관에 진열할 유품, 사료수집의 캠페인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로 백제고적 복원계획은 공주·부여·이리·익산·영암성기 지역을 연담, 확대시켜야 한다는 제언이다.
1차 계획은 서울의 한강유역인 중부수도권이지만 여러차례의 천도에서 집약적으로 사적을 남긴 공주·부여권(충남) 익산·이리권(전북) 영암 성기권(전남) 등 전체 백제영역 내 유명사적지를 최소한 4개권으로 나누어 연결, 완성하는 안이다.
무녕왕릉과 사자루·고란사·낙화암 등이 있는 공주·부여권을 말기 백제문화사적지로 묶고 폐미륵사지·왕궁탑·쌍능·오금산성이 있는 익산권을 마한·백제문화권으로, 또 백제 초기의 석학으로서 논어 10권과 일단의 학자들을 거느리고 도일, 일본문자의 시조가 된 박사 왕인의 성장·수학·도일의 유적이 있는 영암 성기동 일대를 왕인유적지권으로 정비, 연결시킴으로써만이 백제유적의 복원은 가치 있는 것이 될 것이다.
세째로 이번 서울 한강유적지 복원에는 신라권의 경주복원 예를 거울삼아 엄격한 복원 원칙을 지켰으면 하는 염원이다. 공화당 정권 하에서 약3천억원의 거액을 들여 시행된 보문단지·불국사·석굴암 등의 보수개발을 한다하여 경주일대를 하얀 콘크리트 숲으로 만들어 국내인사들을 실망시킨 경험을 우리는 겪지 않았는가.
이환의<백제문화연구원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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