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1만2천원 깎아주고 생색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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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가전제품에 대한 특소세 인하 소식이 알려진 12일 오후 서울시내 한 할인점 가전매장. 고객은 일주일 전 이맘때와 별 차이 없이 뜸하다.

가전담당 직원은 "구매한 물건에 대해 특소세를 환급해 주느냐는 문의 전화만 올 뿐 판매는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회 재경위가 11일 통과시킨 특소세 개정안에 대해 업계와 소비자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인하 폭이 너무 적거나 시기를 놓쳐 '세금인하→판매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율이 20%에서 16%로 줄어 가전 중 인하폭이 가장 컸던 에어컨의 경우 55만원대인 4평용은 2만원, 1백20만~1백30만원대인 12~13평용은 4만~6만원 값이 떨어졌다. 하지만 업계는 이미 성수기(5월 초~7월 초)를 지나 판매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가전업체 관계자는 "비가 오기 며칠 전인 '반짝 더위' 때 특소세가 인하될지도 모른다는 보도가 나와 소비자들이 구매를 미뤘다"면서 "요즘 더위가 한풀 꺾인 뒤로는 에어컨을 사려 하지 않아 오히려 '막판 장사'를 놓친 셈이 됐다"고 말했다.

세율이 0.2%포인트 내려간 PDP TV는 세금 인하 효과가 사실상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5백50만원짜리 42인치 PDP TV가 이번 세율 조정으로 받은 '혜택'은 1만2천원에 불과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5백만원이 넘는 TV의 가격이 1만~2만원 내렸다고 해서 구매 의사가 없던 소비자들이 사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미 유통망에 깔려 있는 제품의 가격 전표를 바꾸느라 며칠 밤을 세워야 할 상황"이라며 "물건은 더 팔릴 것 같지 않은데 인건비와 전표 교체비용만 들게 됐다"고 말했다.

김창규 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