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35주…"보는눈"이 달라지고 있다|연구관점의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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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6·25에 대한 연구시각이 크게 바뀌고 있다. 주로 외국학자들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러한 변화는 「누가 전쟁을 일으켰나」에서 「왜 전쟁이 일어났나」로 그 연구관점을 옮기고 있다.
지금까지 전통주의자들의 관점은 누가 전쟁을 일으켰느냐에 최대의 관심을 두었다.
소련의 「스탈린」이 일으켰다라든가 「스탈린」과 모택동의 합작이며 김일성을 하수인으로 썼다라는 등의 주장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 반대의 주장도 없지 않았다.
이런 관점에선 곧갈 북한의 작전명령문서가 입수되고 그로 미루어보건대 당시 이미 전진배치를 끝냈음을 알 수있다는 등의 주장이 주목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자료가 나올수도 없거니와 6·25에 접근하는 시각 자체가 크게 달라졌다.
전통주의 관점을 배척하는 수정주의자들의 시각은 6·25가 1950년6월25일 갑자기 터진게 아니라고 본다.
국제전으로 보기보다 내전으로 보는 견해가 점점 지배적이다. 45년 분단된뒤 이념적·정치적 내부갈등이 전쟁의 형태로 나타났다고 본다. 미국콜럼비아대에서 「3·1운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프랭크·볼드윈」같은이는 전쟁의 기원을 독립운동의 분열속에서 엿볼수 있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이에대해 김학준교수 (서울대 정치학)는 6·25가 국제전의 성격과 내전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정주의의 관점이 분단이나 6·25의 책임을 모조리 한민족에 뒤집어 씌우는데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민족의 잘못을 깨우쳐주는 것까지는 좋으나 강대국의 책임지분까지 극소화하는데 수정주의의 흠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6·25연구실적을 보면 6·25의 1차적 피해자며 당사자인 우리의 연구실적은 창피할 정도로 소홀하다. 대부분 소설로 다뤄졌을뿐 진지한 사회과학적 접근이 결여되었다. 기존의 연구로는 국방부가 중심이된 전사적 측면의 연구가 지배적이다. 독자적 연구로는 김점곤교수 (경희대)의 『한국전쟁과 노동당전략』, 김학준교수의 6편의 논문과 나종일 (경희대)·서재만 (외대)·박두복 (외교안보연구원)교수 등의 박사학위논문이 있을 정도다.
이에비해 외국에서의 연구작업은 매우 활발하다.
이를테면 81년 「브루스·커밍즈」(워싱턴대)는 『한국전쟁의 기원들』이란 대저를 써서 83년도 미국역사학회 저작상을 받았고 82년엔 워싱턴대서 한국전쟁을 연구하는 미국학자 12명의 논문을 모아 『갈등의 산물』이란 책을 펴냈으며 「로버트·시먼즈」는 모스크바·북경·평양의 삼각동맹관계를 다룬 『긴장된 동맹관계』를 펴낸바 있는데 이들은 모두 수정주의적 관점에 서있다. 오는9월 영국 한국학회는 한국전쟁을 주제로한 세미나를 계획하고 있다.
학자들은 이제 국내서도 한국전쟁에 관한 연구회같은게 나올때도 되지않았나 보고있다. 어느 한 시각으로만 써야하는 연구의 제약도 개선돼야겠지만 학자들 분발도 촉구되는 시점이다. <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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