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터넷株 거품론 고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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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야후 충격'으로 인터넷주에 대한 거품론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투자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인터넷 간판주인 야후가 지난 9일(현지시간) 실적을 발표한 다음날 주가가 급락하면서 뉴욕 증시도 크게 떨어졌다.

야후의 주당 순이익이 8센트로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는데도 한껏 높아진 투자자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으로 현지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이는 국내 증시에도 곧바로 영향을 미쳤다. 최근 코스닥 상승세를 주도했던 다음.NHN.네오위즈.옥션 등 인터넷 4인방 주가는 지난 10일 일제히 하락했다. 다음날 오름세로 마감했으나 장중 등락을 되풀이하는 불안한 모습이었다.

미 증시는 11일 반등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다른 인터넷.정보기술(IT)주들의 실적이 야후처럼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주가가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야후 주가는 지난달에만 40% 가까이 폭등하면서 지난 11일 현재 올 예상 주당 순이익의 90배가 넘는 선에서 거래됐다. e-베이는 76배, 아마존은 79배다.

인터넷 업종의 경우 성장성이 중시된다고 하지만 S&P 500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주가가 주당 순이익의 평균 17배 정도에 거래되는 것에 비하면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퍼시픽그로스이쿼티의 데렉 브라운 연구원은 "야후가 3년간 평균 20~30%씩 성장할 것이란 전망만으로는 현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이체방크의 제틸 파텔 연구원도 "현재 32달러 선인 주가가 30달러로 떨어질 때까진 매수를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우리 증시의 다음.NHN.네오위즈.옥션 등 인터넷 4인방도 사정은 비슷하다.

최근 주가가 급등했지만, 불황으로 전자상거래 시장의 거래규모가 감소하는 데다 주요 인터넷 회사들이 신규 서비스를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어 실적에 부담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SK증권 김명찬 연구원은 "인터넷주들은 연초보다 1백~4백% 올라 연말까지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다음.NHN 등이 현재 주당 순이익의 20~30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미국의 인터넷주와 비교하면 고평가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동원증권 구창근 연구원은 "다음.NHN 등은 내년까지 실적이 계속 좋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아직 비싸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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