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업체, 위장업체로 입찰 비리 만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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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식재료를 납품하는 급식업체가 대거 위장업체를 설립해 입찰에 참가하는 비리가 만연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북부경찰서는 입찰방해 등 혐의로 실질적인 급식업체(주 업체) 대표 이모(44)씨 등 12명과 이들 회사의 위장업체(페이퍼컴퍼니) 대표 5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주 업체 대표들은 지인과 친지·가족 명의로 3~10개의 위장업체를 설립하거나 명의를 대여해 회사를 설립한 뒤 2014년 10월께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600여 회에 걸쳐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에 투찰해 529억원 상당의 납품계약을 따낸 혐의를 받고 있다.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은 식재료 계약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된, 학교와 업체 관계자가 대면하지 않고 입찰을 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같은 시·도에서 동일인 명의로 1개 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돼 있다.

주 업체 대표들은 위장업체가 개별운영되는 것처럼 속여 투찰 가능한 입찰코드를 받은 뒤 중복 입찰하는 방식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현재 부산지역 급식업체는 모두 200여 곳이 넘지만 실제 운영되는 업체는 40~50곳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업체는 모두 주 업체가 관리하는 위장업체이다. 위장업체는 사무실을 임대한 뒤 상근 직원을 두지 않거나 냉동·냉장고에 식재료를 보관하지 않는 등 사실상 허가를 받기 위한 최소한의 시설만 갖추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2년 이상 식재료 판매실적이 있는 업체, 중복 투찰 금지 등 관련 규정이 강화되자 주 업체가 낙찰률을 높이기 위해 위장업체를 설립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황선윤 기자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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