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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반토막 시신 사건 현장검증…주민들 "사람 반토막 낸 놈 사형시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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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대부도 토막살인 현장검증이 10일 오후 경기 안산시 방어머리 선착장 인근에서 진행됐다. 피의자 조성호(30)가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경기도 안산 '반토막 시신' 사건의 현장 검증이 10일 피의자 조성호(30)가 동거인 최모(40)씨를 살해한 인천시 연수구 주거지와 시신 유기장소인 안산시 대부도 일대에서 진행됐다. 조성호는 현장검증을 위해 안산단원경찰서를 빠져 나오면서 우발범행이었다고 주장했다.

취재진이 "피해자 가족에게 할 말이 없느냐"고 묻자 그는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계획 범행이었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시신을 훼손한 이유에 대해선 "(시신을) 가볍게 하려고 그랬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9시30분쯤 인천시 연수구의 한 빌라촌. 경찰 호송차량의 문이 열리자 안산 시신훼손 사건의 피의자 조성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회색 후드티에 청바지 차림이었다. 경찰의 신상정보공개 방침에 따라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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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대부도 토막살인 현장검증이 10일 오후 경기 안산시 방어머리 선착장 인근에서 진행됐다. 피의자 조성호(30)가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흰색 포승줄에 묶인 조성호는 고개를 떨군 채 경찰들의 손에 이끌려 범행 현장인 빌라 2층으로 올라갔다. 비공개로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그는 동거인 최씨를 둔기로 때려 살해하고 화장실에서 시신을 훼손하는 과정을 차분하게 재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빌라 입구에 렌터 카를 주차한 뒤 마대자루에 담은 시신을 트렁크에 넣는 모습은 경찰이 대역으로 진행했다.

비가 내린데다 경찰 90여 명이 현장 주변을 에워싸는 등 경비를 강화했는데도 주민 30여명이 몰려와서 현장검증을 지켜봤다.

주민 김모(40)씨는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왜 저런 흉악한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동네에 원룸과 빌라가 많은 탓에 외지인들이 많이 살다보니 유독 우리 동네에서만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지역은 지난해 12월12일 아버지와 아버지의 동거녀로부터 학대를 받다가 맨발로 탈출한 이른바 '인천 11살 학대 소녀'가 과자를 먹었던 수퍼마켓과 가까운 곳이다.

46분간 현장검증을 마친 조성호는 경찰과 함께 두번째 범행 장소인 경기도 안산 대부도로 이동했다. 현장검증은 조성호가 최씨의 하반신 시신을 유기한 장소인 안산시 단원구 불도방조제 삼거리 인근에서 진행됐다.

호송차에서 내린 조성호는 미리 준비한 렌터카 트렁크 앞으로 이동했다. 과학수사계 직원이 "(마대자루를 어깨에) 둘러 맸냐, 그냥 (손으로) 들었냐"고 묻자 조성호는 양손으로 트렁크에서 마대자루 끄트머리를 들어 꺼냈다. 이어 바닥에 끌릴 정도로 들고 15m 가량 떨어진 방조제 바깥 배수구 쪽에 유기하는 동작을 재연했다.

마대자루 위를 흙이나 나뭇잎 등으로 덮지는 않았다. 방조제는 높이가 1.4~1.5m지만 유기지점 인근에는 방조제 위로 차를 댈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마대를 들고도 어렵지 않게 유기지점으로 이동이 가능했다. 배수구 주변은 인도가 없어 평소 인적이 드문 곳이다.

대부도 토박이인 주민(65·여)은 현장검증을 지켜보다 눈시울을 붉힌 채 "어떻게 사람을 토막 낼 수 있냐. 너도 토막내야 한다. 얼굴 잘 벗겼다"며 목소리를 높혔다.

호송차량에 올라 탄 조성호는 나머지 상반신 시신 유기 장소인 방아머리 선착장 부근으로 이동했다. 첫 유기장소에서 13㎞쯤 떨어진 곳이다.

도착한 조성호는 렌터카 트렁크에서 상반신 시신이 담긴 나머지 마대자루를 꺼내 유기하는 장면을 그대로 재연했다. 앞서 조성호는 경찰에 상반신 시신의 무게를 줄이려 부피가 큰 장기를 떼어내고 피부조직을 벗겨냈다고 진술했다.

하반신 시신을 유기한 불도방조제 삼거리 인근과 달리 이곳은 평소 관광객들도 찾는 지역인데도 조성호는 시신을 유기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유기지점 주변에는 대부도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관광객 김모(61·여·김포시)씨는 "쳐 죽일 놈이다. 사형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홍 안산단원경찰서장은 "조성호가 차분하고 자세하게 범행을 재연했다. 내내 굳은 표정이었으며 진술한 내용에 따라 현장검증을 했다"고 말했다.

조성호는 지난달 13일 오전 1시쯤 인천시 연수구 집에서 최씨의 머리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뒤 시신을 10여일 동안 화장실에 방치했다. 이어 시신을 훼손한 뒤 같은 달 26일 오후 대부도 일대 2곳에 유기한 혐의로 지난 7일 구속됐다.

인천·안산=최모란·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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