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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상륙한 "공포의 불치병"|후천성면역결핍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81년 봄 미국을 중심으로 번지기 시작한 AIDS(후천성면역부전증후군)가 안전권이라고 장담하던 일본에까지 침투, 지난해 희생자가 나왔다. 그 정체가 간염과 마찬가지로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이란 사실이 밝혀진 이상 우리라고 안심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AIDS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는 78년쯤부터 환자가 발생했으나 AIDS란 이름으로 공식 보고된것은 81년이 처음. 그후 미국의 뉴욕·샌프란시스코·마이애미·로스앤젤레스등을 중심으로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 지난 4월15일까지 미국서만 9천6백8명이 발생해 그중 4천7백12명(49%)이 사망했다.
이밖에 아이티·자메이카·트리니다드 등 카리브해제국, 캐나다·브라질·소련·영국·덴마크·프랑스·벨기에·서독등 유럽전역, 자이레·콩고·가봉·차드등 중앙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에서는 태국·싱가포르·홍콩·일본등 30여개국으로 계속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잠복기가 6개월∼3년정도 추정되는 AIDS는 일단 감염되면 사람이 본래부터 가지고있는 면역력이 점차 떨어져 각종 감염증에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잃게 된다.
증상은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식욕저하, 체중감소 (10%이상), 설사,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발열, 전신피로감, 야간발한등 결핵과 비슷한 증세를 보인다. 또 목·겨드랑이의 임파선이나 간·비장이 붓고 병이 좀더 진행되면 자색의 반점이 사지에서 전신으로 퍼지는 카포시육종 (피부암의 일종)이나 뉴모시스티스 카리니라는 특이한 폐렴으로 진행하게 된다.
그동안 연구결과 83년5월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의「몬타니에르」박사가 환자부터 유력한 병원체인 임파선바이러스(LAV)를 발견했으며 얼마뒤 미국립암연구소의 「R·갈로」박사가 환자의 97%에서 HTLV (성인T세포백혈병 바이러스)Ⅲ형을 발견했는데 그후 이들은 동일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갈로」박사는 이병을 『17세기 후반이후 흑인노예시대의 유산』이라며 원래 아프리카에 존재하고 있던 토착 바이러스가 17세기 후반이후 흑인노예에 의해 카리브해를 거쳐 미대륙으로 전파됐다는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환자들은 게이(남성동성연애자)가 71%, 상습적으로 마약을 정맥주사하는 마약중독자가 17%, 아이티에서 이민온 사람이 5%, 혈우병환자 1%정도이며 나머지 6%정도는 이들의 성상대자나 자녀들 또는 이들 고위험군과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연령별로는 거의 20∼40대의 남성들(주로 혹인)이며 6%가 여성, 1%가 어린이들이다.
아직은 대증요법외의 별다른 치료법은 없으며 인터페론, 인터로이킨Ⅱ ,프리노신, 렌티날 등 면역항진 치료약제나 골수이식등이 고려되고 있을 뿐이다.
병의 초기에서는 적절한 대증요법으로 80%정도가 회복되지만 진성AIDS로 이행하면 거의 1백%가 사망한다.
현재로서는 조기발견이 어렵고 잠복기가 길기 때문에 전염경로를 차단하는 수밖에 없다. 즉 고위험군과의 문란한 성접촉을 피하며 이들의 혈액을 채혈·수혈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이 질환은 감염률이 높은 바이러스질환인데다 우리나라는 특히 주한미군을 비롯, 외국인의 왕래가 잦기 때문에 유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적절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 미국의 경우 HTLV감염자가 약1백만명, 혈우병환자가 약2만명으로 이들의 혈액을 수혈 또는 수혈한 혈액제제를 사용할 경우 거의 1백%가 감염된다는 것이어서 미국으로부터 수입되는 혈우병환자용 혈액제제의 검사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하며 환자발생에 대비한 전담의료 팀도 구성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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