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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진통제·수술 부작용 걱정 더는 ‘통증 지우개’ 아시죠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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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신동아 교수가 만성통증에 시달리는 남성의 어깨·허리를 큐렉소의 페인 스크램블러로 치료하고 있다. 프리랜서 박건상


통증 완화 효과 큰 ‘페인 스크램블러’

통증 부위에 붙인 패치 통해
전기자극 신호 다량 전송
뇌가 ‘아프지 않다’고 인식

고대 이집트인은 신(神)이나 죽은 사람의 영혼이 산 사람의 몸속에 통증을 몰래 넣고 간다고
믿었다. 그래서 재채기를 하거나 오줌을 누고 땀을 흘리면 통증이 빠져나간다고 여겼다. 때로는 신당(神堂)을 차려놓고‘ 통증 악마’를 내쫓는다는 주문을 외웠다.

그만큼 통증은 예로부터 사람을 괴롭혀 왔다. 현대의학에선 진통제, 수술 요법 등으로 통증을 치료하지만 효과가 일시적이거나 부작용이 적지 않다. 부작용 걱정 없이 통증을 줄일 수 있는 전기자극치료기가 눈길을 끌고 있다. 약을 먹거나 수술하지 않아도 통증을 오랫동안 지워 ‘통증 지우개’로 불린다.

전업주부 30년차인 이동희(60·가명)씨는 1년 전부터 왼쪽 손목이 쑤시고 욱신거렸다. 행주를 짜거나 얼굴을 씻는 것도 힘들었다. 아들딸에게 짐이 될까 봐 말도 못하고 진통제로 통증을 잊으려 노력했다. 진통제만 먹으면 몸이 부어올랐다. 의사 권유로 고통 없이 통증을 크게 완화한다는 전기자극치료기로 10회 치료를 받았다. 통증지수(최고 10점)는 치료 전 10점에서 치료 후 0점으로 줄었다. 왼손을 바닥에 딛고 일어날 수 있게 됐다. 이후 7회 더 치료받자 왼손으로 가벼운 물건을 들 수 있게 됐고 통증은 사라졌다.

수술 후 세균 감염 땐 통증 재발 위험

통증은 사람에게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건강을 위협하는 위험인자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통증이 너무 심하거나 오래 이어지면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통증을 치료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수술요법은 통증 부위를 절개해 원인을 없앤다.

추간판탈출증(일명 허리디스크)이나 척추관협착증처럼 허리 통증이 심한 질환에 대해 실시하는 수술이 그 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신동아(대한신경통증학회 학술이사) 교수는 “수술 부위를 절개·봉합하거나 수술 후 회복되는 동안 세균에 감염되면 또 다른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절개 없이 신경을 차단하는 시술요법도 있다. 주삿바늘을 신경에 꽂아 약물을 넣어주는 방식이다. 이 역시 감염으로 인한 통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진통제를 복용하는 방법도 있다. 알약만 복용해도 빠르고 쉽게 통증을 느끼지 못하지만 진통제를 오래 복용하면 구역질·구토·변비나 배뇨장애 등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한 환자 가운데 호흡 수가 느려지면서 숨을 쉬지 못해 사망에 이른 경우도 있다.

도수치료, 초음파치료, 열치료, 전기자극치료 등 물리치료법은 특별한 부작용이 없어 안전하다. 물리치료요법은 수술·시술·약물요법에 비해 통증 완화 효과가 떨어진다. 효과 지속 기간도 짧다. 그래서 수술·시술·약물요법을 보조하는 용도로 많이 쓰인다.

그런데 새로운 방법으로 통증을 완화하는 전기자극치료기가 나왔다. 페인 스크램블러(Pain Scrambler·큐렉소)다.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이상철(전 세계통증전문의학회장) 교수는 “페인 스크램블러는 통증 치료 시 수술·시술·약물요법과 병행하지만 워낙 치료기의 통증 완화 효과가 좋고 오래 지속돼 난치성 만성통증 치료에 단독 사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10회 정도 치료하면 통증 크게 감소

페인 스크램블러는 이름 그대로 고통(pain)의 신호를 바꿔(scramble) 통증을 없앤다. 이 기기에 연결된 전선 10개 끝에 패치가 달려 있는데, 이 패치를 환자의 통증이 지나가는 부위에 붙여 전기자극 신호를 보낸다. 이 자극 신호는 ‘아프지 않다’는 무통증 신호인데 양이 많다. 결국 ‘아프다’는 통증 신호보다 ‘아프지 않다’는 무통증 신호가 훨씬 많아진다.

그래서 뇌는 ‘아프지 않다’고 인식한다. 평균 10회 안팎으로 치료하면 통증이 크게 줄어든다. 신 교수는 “진통제를 먹기 힘들거나 수술 후 통증이 심할 때 기존의 통증 치료법에 페인 스크램블러 치료를 병행하면 통증을 더 빠르게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치료기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 암 통증, 복합부위 통증증후군 같은 극심한 통증에도 효과가 있다. 항암치료 부작용인 말초신경장애로 만성통증이 생긴 경우, 나이가 많거나 수술 후 면역력이 떨어져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수술·약물요법을 받기에 부담스러운 환자에게도 권장된다.

만성 어깨결림, 허리 및 오십견 통증을 줄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치료비는 회당 10만~15만원 선. 국내에선 서울대병원·신촌세브란스병원 등 130여 의료기관(155대)에서 페인 스크램블러로 통증을 치료하고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은 2014년 11월 이 치료기를 도입한 후 현재까지 1000명 넘게 통증을 치료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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