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부부」가 늘어간다|주중은 근무지 생활 토요일엔 가정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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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전주대 인문대학장 전규태교수(52)는 금요일 오후강의가 끝나면 상경열차를 타고 서울로와 가족과 함께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전주로 돌아간다. 회사원 류재철씨(30)는 토요일 오후면 반대로 부모들이 살고있는 청주로 달려간다. 그곳에는 결혼 3년째의 아내가 여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녀교육 때문에, 또는 부부가 근무지가 다른 직장때문에 서로 다른 공간에 살면서 주말에만 만나는 이른바 「주말부부」가 최근 크게 늘고 있다.
사실상 자녀교육 때문에 부부가 따로살며 「두집살림」을 하는 경우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요즈음처럼 1주일을 생활단위로 주말에만 만나는 부부가 늘어난것은 80년대의 두드러진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지방대학의 확장등으로 인해 지방도시에 취업한 고급인력의 숫자가 크게 늘어난데다 도로망이 확충되고 교통수단이 발달하여 전국이 1일 생활권화한 것등으로 꼽을수 있다.
특히 최근 두드러진 현상은 남편의 근무지뿐만 아니라 아내의 직장때문에 따로사는 경우가 늘고있다는 사실이다. 이리 원광대 김화숙(현대무용), 청주대학 남덕순(성악), 전주대학 주영목(피아노), 경상대 조옥환(작곡)교수등이 그 예다.
직장일로 가족과 떨어져 사는 아내들은 대학 또는 중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있는 경우가 많은데 부부교수또한 적지 않다. 전주대 문은희교수(교육학)와 연세대 박영신교수(사회학)부부등이다.
이렇게 아내의 직장일로 부부가 따로사는 경우가 느는것은 한국의 부부관계의 변화를 암시하고 또 결혼뿐 아니라 일도 「평생의 업」이라 생각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는 한 증거로 풀이된다. 물론경제적인 이유도 중요하다.
사실상 기혼여성의 취업률이 절반에 가까운 미국등 구미에서는 부부가 수천㎞떨어져 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본 지방도시에서는 독신부임자들을 위한 아파트건립사업이 붐을 이룰 정도다.
5년째 서울과 이리를 오가는 김화숙씨는 『학교에서는 가르치는 일과 춤추는 일에, 집에서는 집안일에 더욱 전념케된다』고 말하며 기차타는 시간까지 자신만의 시간으로 활용토록 노력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부부가 따로 사는데는 문제점도 없지않다. 「주말부부」들은 한결같이 전화요금등 생활비가 다른가정의 배가 든다는것이 큰문제라고 지적한다. 생활과 정서의 불안정, 가족간의 대화 부족, 생리적인 욕구등도 문제다. 따라서 부부 서로가 많은 노력을 해야 이 어려움을 극복할수 있으리라는 것.
『서로 다른 문화권에 살고있기 때문에 부부간의 신뢰를 바탕으로한 상호노력이 꼭필요합니다. 떨어져 살지만 만나는 시간만은 알차게 보낸다면 그간의 갭을 극복할수 있고, 오히려 늘 신선한 상대일수도 있읍니다』고 이동원교수(이대 사회학)는 얘기한다.
또 앞으로는 「주말부부」뿐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출현하게 되는 것은 필연이므로 주변에서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주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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